▶ 생각하는 삶
▶ 김명욱<본보 뉴욕지사 종교전문기자>
우주와 인간세상. 우주 속의 작은 별, 태양, 그리고 지구, 지구를 떠도는 달, 인간들.
인간은 우주의 어디에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의 가사 마냥, 벌거벗고 왔다가 벌거벗고 우주의 한 모퉁이로 사라져가는 게 인생인가. 아님, 강물처럼 왔다가 강물처럼 휘돌아 또 다른 은하계로 가는 게 인생인가. 우주의 한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이 땅에 태어난 인간들.
인간의 삶은 우주의 삶과 무엇이 다를까. 지구의 나이는 45억년이라 한다. 태양은 약 50억년으로 본다. 태양을 끝없이 돌고 있는 지구는 태양을 모태로 본다. 지구를 끝없이 돌고 있는 달은 지구가 모태가 된다. 달, 지구, 태양 모두 말이 없다. 아니, 말이 없는 게 아니다. 인간의 귀로는 그들의 언어를 들을 수가 없다. 지구가 지나가는 굉음을 지구의 언어라 한다면 그 소리는 너무나 커서 인간의 귀로는 듣지 못할 뿐이다. 이런 지구를 등에 업고 인간은 왔다 간다. 하숙생처럼, 나그네처럼, 바람처럼 왔다간 간다.
얼마전 우주의 나이가 126억년이란 발표가 있었다. 허블 우주망원경의 연구책임자 웬디 프리드먼 박사가 국제천문연맹(AIU)에서 발표한 내용이다. 프리드먼 박사팀은 허블 망원경과 지구상의 망원경으로 30개 은하를 놓고 지구상으로부터 거리와 멀어지는 속도를 측정한 결과 이런 나이를 계산해 냈다고 한다.
인간은 제 아무리 오래 살아야 100살 정도. 인간 수명을 우주의 나이에 비해보면 하루살이의 삶보다도 더 짧다. 찰나다. 순간이다. 그러나 그 순간적인 삶이 세계를 변혁하고 세계를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만이 겪는 수없이 많은 경험들.
시간의 길고 짧음은 그 시간의 길이인 양 보다 시간을 채우고 있는 질이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우주의 나이 126억년은 인간의 나이 100세 보다도 그리 큰 의미는 부여받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을 소우주에 비유한다. 인간이 소우주에 해당함은 인간으로 사는 100년 안에 우주가 겪지 못할 희로애락을 겪으며 의지로 나름대로의 창조의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을 소우주라 일컫는 이유가 된다.
얼마전 실현됐던 한반도 이산가족들의 헤어짐과 만남, 그리고 또 헤어짐처럼 인간만이 뼈저리게 경험해야할 기쁨과 슬픔과 사랑과 증오는 인간세상 이외 우주 어디에도 찾아 볼 수 없다. 달에도, 태양에도, 그 어느 은하수에도. 오직 소우주인 인간들의 세계에서만 벌어질 수 있는 광경들이자 살아있는 모습들이다.
밤하늘의 별들을 보면 우주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자율성은 없다. 은하수의 궤도를 도는 별들의 집합, 그냥 아름다울 뿐이다. 그러나 인간이란! 두렵고 불안한 존재다. 아주 짧게만 사는 지지군상들이다. 그렇지만 창조하며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이것이 광대무변한 우주와 인간이 갖는 이질이요 인간만의 특권이다. 지구 안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분단국가, 한반도. 한반도의 백성을 통해 세계에 나타내지는 슬픔과 기쁨도 인간세상의 살아있음을 반영한다. 말없이 떠도는 저 별들이 그래도 부러워할 건 지구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