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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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배탈 안나요"

2000-08-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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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고발

▶ 박은영

여러 명이 회식을 하는 점심시간이었다. LA 한인타운내 꽤 크게 자리하고 광고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식당에서의 점심회식이었다.

12명 정도 예약 없이 찾아갔지만 마침 방이 있어서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갈비돌솥비빔밥이란 걸 시켰다. 이전에 그 곳에서 그걸 먹어봤는데 맛이 괜찮기에 사람들한테 권해서 4명 정도 같은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후 음식이 나와서 첫 숟가락을 떴는데 맛이 조금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 입맛이 이상하겠거니 하고 있는데 같이 식사를 하던 일행중 한명이 “이거 맛이 좀 상한 거 같지 않아” 하는 거였다. 그러자 여기 저기서 모두들 이상하다고 웅성거리는 것이었다.


마침 종업원이 들어오기에 그 사실을 설명했는데 종업원은 “그럴 리가 없다”면서 정색을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그릇을 보여주면서 냄새를 맡아보게 했더니 “주방에 가서 알아보겠다”며 돌솥을 들고 주방으로 갔다. 잠시후 그 돌솥을 다시 들고 와서는 “이상이 없는 거다. 다만 음식에 신김치가 들어가는데 그 맛일 꺼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황당함이 있었지만 그의 말을 믿고 다시 돌려 받았다. 이미 음식이 적당히 식어서인지 먹어보지 않아도 냄새가 정말 신김치의 냄새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얘기를 하자 신김치를 제외한 보통 비빔밥을 줄테니 그걸 먹으라고 하였다. 우리에겐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음식이 상했건 안 상했건 손님으로 와 있는 사람들이 맛에 대한 불평을 했을 땐 식당 관계자 입장에서 적어도 형식적인 사과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그러나 그 종업원은 오히려 “다른 사람들도 시켜서 다들 먹고 있는데…”란 말을 흘리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먹는데 군소리 말고 먹으란 말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우리 일행은 모두 그 종업원의 어이없는 말과 태도에 기막혀 했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은 비빔밥을 가지고 오며 한마디했다.

“그 정도 먹은 걸로 배탈은 안 날 거예요”라는 것이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차멀미를 비롯해서 30분도 안되어 나는 다 토하고 말았다.

음식의 신선도를 문제삼고 싶지는 않다. 컴퓨터로 뽑아내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조금 흘러서 상할 수도 있다. 다만 제대로 교육받은 종업원이라면 그런 식으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음식이란 맛도 중요하지만 먹을 때의 기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주관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손님이 음식에 대해 불평을 했을 때 담당 종업원은 손님에게 우선 기본적인 사과를 하고 손님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한다. 설사 그 음식이 상하지 않았더라도, 새로운 메뉴를 고르게 한다거나 또는 다시 만들어 내온다거나 그런 배려를 먼저 하는 것이 식당으로서 손님에게 해야 할 도리가 아닐까.

얼마전 스타벅스 커피 전문점에서의 일이다. 주문한 커피가 너무 달아서 그냥 아무 뜻없이 “이거 너무 달다. 그냥 레귤러 커피를 좀 넣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그냥 통째로 다른 것으로 바꿔주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미안해서 그냥 나오는데 뒤에서 계속 그러는 것이다.“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정말 많이 달면 가지고 오라”고.

우리가 언제부터 밥을 먹고 그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봉사료를 지불하는 문화에 살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봉사료를 서비스와는 상관없이 당연히 받을 것으로 생각하는 일부 한인 종업원들은 자신들의 서비스를 되돌아보고 그에 대한 정당한 봉사료를 받고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는 자세와 직업에 대한 프로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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