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사회 보팅파워 과시하자

2000-08-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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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공화·민주 양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 후보를 공식 확정하고 오는11월7일 선거에서의 승리를 위해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한미연합회(KAC)를 비롯한 한인단체들은 이번 선거에 가능한 한 많은 한인들이 참여, 미주 한인커뮤니티의 응집된 정치력을 과시하자는 취지 하에 9월초부터 본격적인 유권자 등록 캠페인에 돌입한다.

KAC 추산에 따르면 현재 남가주 한인인구 50만명중 성인이 30만명이고 시민권자는 18만명선이다. 그러나 이중 유권자 등록을 마친 한인은 불과 6만명으로 전체 성인 시민권자의 3분의1에 그치고 있다. 또 유권자 등록을 한 한인중 3분의1만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같은 아시안 커뮤니티에서도 중국, 일본, 필리핀, 베트남계에 이어 최하위권의 비율이다.

한인 인구나 시민권자 숫자를 갑자기 늘리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유권자나 투표 참여자 숫자는 얼마든지 늘릴 여지가 있다. 미주 한인사회가 비록 전체 숫자는 적어도 투표 참여율이 높으면 미 지역사회에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한인 거주자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오렌지카운티 풀러튼시와 LA카운티 세리토스시를 비교해 보자. 지난 96년 유권자 명부를 기준으로 보면 풀러튼시의 총 유권자 5만6,000여명중 한인은 1,500여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투표자의 3%에도 미달하는 수치로 시의원 출마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도가 못된다.


반면 세리토스시는 전체 유권자 2만여명중 한인 등록 유권자 2,000여명으로 10%에 가까워 시의원 선거에서 당락을 좌우할 만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세리토스시 시의원 후보들은 한글 안내책자 발간등 한인 커뮤니티에 잘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한다.

한인들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 높은 유권자 등록률과 투표 참여율을 보일 경우 지금은 우리가 구걸하다시피 만나곤 하는 미국 정치인들이 스스로 우리 한인 커뮤니티를 찾아와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며 물어올 것이다. 우리가 각종 행정 절차상 어려움에 처할 때 기꺼이 나서서 도와줄 것이 분명하다.

한인들의 유권자 등록 및 투표 참여는 과거 4.29폭동과 웰페어 개정 당시 반짝 상승세를 탔으나 이후 시들해지고 있다. 유권자 등록을 하면 배심원통보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등록을 기피하는 한인도 있다고 하는데 이는 오해다. 배심원 선정은 DMV 명부를 통해서 하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 등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영어가 서툴다면 LA 카운티에서는 한글 투표용지 및 안내책자를 신청해 받을 수 있다. 11월 선거에는 시민권자라면 누구나 유권자 등록을 하고 유권자는 모두가 투표에 참여함으로써 단합된 한인 커뮤니티의 보팅파워를 과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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