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망가지는 월드컵 행사

2000-08-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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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구<뉴욕·목사>

2002년 월드컵 행사를 계기로 한국민족은 IMF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부풀었으며 대행사의 책임자로 88 서울올림픽 행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박세직 위원장이 맡게 된 것에 대해 한국민 모두는 기쁘게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는 전문성과 능력, 어학 실력과 경륜을 두루 갖춘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4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축구 발전으로 국가 재도약과 세계 평화에 기여한다는 목적과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범 월드컵 행사를 치르겠다는 결심과 함께 5대 목표(문화 월드컵, 환경 월드컵, 정보 월드컵, 경제 월드컵, 관광 월드컵) 아래 5대 지표와 5대 성공요소 및 5대 조직 운영방침 등을 스스로 고안해 내고 위원들과 관계부처 담당자,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에게까지 홍보하고 있었다.

금년 초부터는 해외공관과 한인회를 중심으로 자체 후원회 및 선교단이 조직되도록 격려해 왔다. 금년 1월에는 조직위원들로부터 3년 임기의 재신임을 만장일치로 받았다고 국내외로 보도되었고 본인은 2002년 월드컵 행사만 전념키 위해 4월 총선에도 공천을 스스로 포기하고 대사에만 몰두했다.
그런데 그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퇴출당했다. 행사의 전문가를 퇴출시키고 앞으로 2년 후에 있을 대권 포석용이나 당략 차원에서 정치적 인물을 앉힌다면 지식인, 교육인, 국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고 비웃을 것이다. 1년10개월을 남겨놓고 감독, 지휘관을 교체한다는 것은 2년2개월 동안 공사해 놓은 다리를 부숴버리는 격이다.


월드컵 대행사는 정치 홍보에 그칠 것이고 망신스런 행사로 끝날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자리에 연연치 않는 박세직 위원장은 이미 사표를 던졌다고 들었다. 대통령의 분별력 있는 판단만이 남았다.

사리분별력 없는 선조대왕은 이율곡 선생이 10만 양병설을 주장하며 국가의 힘을 키울 것을 말하였으나 간신들에 의해 무참히 묵살되고 마침내 임진왜란이 터져 수많은 백성이 희생되고 국민은 도탄에 빠지고 영토는 황폐화되었다. 또 왜란 중에 이순신 장군 같은 충신이 일어나 나라를 구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데 원균이란 간신 장수가 모함하여 그는 장군 직위도 해제되고 투옥되는 불운을 맞아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었다. 부디 이 일에 대해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일하는 적임자를 쓰는 현명한 판단과 결단이 대통령에게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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