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와 여성의 표심
2000-08-24 (목)
섹스와 정치는 밀접한 사이다. 대개가 불륜과 추잡함의 이미지를 연상시키지만 말이다. 그러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누리고 있는 정치인 부부가 전국으로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현장에서 성적인 열기를 발산하는 행위는 어떻게 봐 넘겨야 할지 모르겠다.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장에서 앨 고어가 그의 아내 티퍼에게 했던 진한 키스는 우리가 기대했던 ‘나이스하고 신뢰감이 넘치며 친절한’ 키스가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 고어의 키스는 ‘달콤하고 섹시했으며 놀랍고 로맨틱한’것이었다. 한번의 키스로서는 너무나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고어의 키스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자신은 결코 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같은 것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고어 부부의 키스는 인격적으로 그리고 직업적으로 절정에 도달한 두 남녀가 할아버지 할머니의 나이가 되도록 유지해 온 애정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키스는 두 사람의 삶을 몽타주 한 테입이 방영된 후, 그리고 티퍼가 남편 앨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말한 직후에 이루어졌다. 그 순간 그 같이 진한 키스는 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앨 고어가 그 순간 마음속으로 티퍼에게 한 말은 이런 것일 게다. "지금은 우리의 순간이요. 우리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를 보시오. 우리가 함께 이룩한 것을 보시오. 사랑하오"
키스에 담긴 의미와 로맨스를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인 내가 느끼기에는 고어는 정치적 커리어의 정상에 오른 남자로서 자신의 아내에게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이보다 더 로맨틱한 순간이 있을 수 있을까?
정치평론가들이 아무리 다른 각도에서 트집을 잡으려고 해도 고어의 키스를 비난할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 장면을 놓친 여성은 없었을 것이다. 나처럼 그 장면을 지켜봤던 모든 여성들은 그 순간 - 자신의 배우자가 커리어 절정에 올랐을 때 - 자신도 앨에게 있어서 티퍼와 같이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에 사로잡혔을 것임에 틀림없다.
티퍼도 처음에는 앨의 키스에 당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도 곧 화답했다. 팔을 남편 목에 두르고 적극적으로 키스에 응했다. 키스가 끝난 후 포옹은 키스 자체보다 더 달콤했다. 키스와 포옹은 잘 어울렸고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찬탄과 존경을 자아낼 만한 열정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여성 유권자들의 이같은 감탄이 표로 연결될 수 있을까? 내가 아는 여성들 가운데는 TV에서 본 키스만으로 표심이 흔들릴 사람은 없다. 어느 후보가 운동을 잘한다고 해서 표를 던질 남성 유권자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키스가 정치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하는 사람의 본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는 것도 사실이다. 사랑이란 정치에 있어서도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말로 갖가지 공약을 하는 후보보다 이같이 가슴으로 보여주는 후보에게 더 관심이 가는 것은 내가 여자이기 때문일까.
고어가 아내를 안고 진한 키스를 나누는 순간 우리 유권자들은 고어의 가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그의 모습을 본 후 우리는 그의 말에 좀더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