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주 한인사회도 화해와 협력을

2000-08-22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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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균(남가주 월드컵 후원회 공동회장)

오늘날 세계는 지역과 이념, 민족과 인종을 넘어서서 어떻게 하면 서로의 생명이 충만한 평화로운 지구 마을을 이룩할 것이냐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 유일한 냉전의 잔재인 한반도 분단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던 차에, 남북정상이 연출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무드 조성을 고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김대중 대통령의 포용정책인 “햇볕정책”을 훌륭하게 평가하고 계속적인 지지표명을 하였다. 이는 이제 냉전의 사고는 더 이상 발 들여놓을 곳이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제는 화해와 협력의 사고를 해야 한다.

이제까지 남북 모두 통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자기 기득권을 유지해온 세력이 있었다는 말은 억지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아직도 “친북 세력들과 편승동조” 운운하며, 모처럼 맞은 민족사적 화해의 기회를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불순세력의 책동”이라느니, “안보태세 이완”등으로 매도하는 냉전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미주 동포사회에서도 화해와 협력의 새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환영한다. 지난 15일 옥스퍼드 팔레스 호텔에서 열렸던 6.15 선언 성취를 위한 2000년 8.15 미주동포 통일대회가 그 출발점이 되었다. 이 자리에는 눈에 띄게 빨간 군복을 입고 나온 해병대 출신 인사도 있었고, 스스로를 ‘이민 사회의 왕따’라고 하며 20여년만에 공식적인 자리에 나왔다는 재야인사들도 자리를 같이 하고, 애국가와 통일의 노래를 불렀다.

또한 ‘남북통일을 열망하는 미주 동포들의 8.15선언’을 통해 결의를 다지고 6.15 남북 공동선언을 지지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였다. 이미 1,000여명의 동포들이 서명했고 서명운동은 더 계속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만큼이나 코끝을 찡하게 하는 감동의 자리였다. 이제 우리 LA 한인사회에서도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과거 독립운동의 해외 전진기지였던 LA가, 이제 조국의 평화통일과 민족의 화해 더 나아가 지구마을 시대를 여는 평화의 전진기지로 나서는 일이었다. 민주평통이 신중론을 펴며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본국에서도 일각에서는 대통령자문기관으로서 대통령의 통일정책을 활발하게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평통해체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 곧 그들도 6.15 남북 공동선언의 착실한 실천을 해 나가는 평화통일을 열망하는 국민들의 의지를 확인하게 되면,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리라 믿는다.

분단 50년의 아픔이 하루아침에 씻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포사회 8.15행사를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재향군인회 어느 인사의 말대로, 서로의 평화통일을 향한 순수성이 확인되고 더 나아가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향한 헌신성이 공유될 때,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동포사회의 연대와 역할이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이제는 갈라져 아파하는 민족의 치유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을 보며 눈물 흘렸던 뜨거운 민족애를 바탕으로, 현실을 직시하는 냉철한 머리를 맞대기를 바란다. 소위 남남통일의 모범을 만들어내어 한반도 평화통일을 앞장서 이루어 가는 미주 한인사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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