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리안-아메리칸도 아시안이다’

2000-08-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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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계에서는 소위 힘있는 자의 자격조건을 ‘Having Access’(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다) 또는 ‘Having your phone call returned’(리턴 전화가 온다)로 정의한다. 연방 상·하원의원과 장관등 최고위직 선출직과 임명직 공무원에게 마음만 먹으면 수시로 전화하거나 만날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이나 단체를 지칭하는데 전통적으로 대기업이나 유대인 같이 재력이 있거나 아니면 흑인과 노조, 라티노등 ‘머리수’가 많은 이익집단 대표들이 이같은 범주에 들어간다.

특히 유대인들은 600만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와 정계, 언론계, 연예계등 파워 직종과 의사, 변호사, 교수등 전문직 직종에 두꺼운 층을 형성하고 여기에 엄청난 재력을 바탕으로 미국 역사상 첫 유대인 주요 정당 부통령 후보 배출이라는 대사건을 이뤄냈다.

이번 LA민주당 전당대회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에게 정치 참여를 통한 정치력 신장의 가능성과 아시안 연대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아시안 커뮤니티 앞에 놓여진 과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전당대회기간 열린 민주당 아시안 코커스 참석자들의 공통된 지적은 ‘우리도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1.5세와 2세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10년 후에는 제2의 유대인 커뮤니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히스패닉 커뮤니티처럼 국적과 민족을 초월해 아시안 커뮤니티가 연대하고 힘을 합친다는 전제아래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실 한미민주당협회가 15일 주최한 ‘한미 커뮤니티 오찬’ 행사에 참석한 거물급 민주당 인사들도 한인보다는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 표를 의식하고 참석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달 역사상 첫 아시안 각료로 임명된 노먼 미네타 연방상무장관은 이 자리에서 "아시안 커뮤니티가 개별적으로는 수도 미미하고 영향력도 없지만 인구 1,000만명의 아시안 커뮤니티라는 공동체로 힘을 합칠 때 불가능은 없다"며 "본인의 장관 임명도 일본계보다는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배려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시안 민주당 지도자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민주당이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선등 주요 선거결과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캐스팅 보트 블록으로 인정함으로써 최고위층과의 대화 채널이 구축됐으며 이제부터는 언제든지 출입이 가능하고 메시지를 남기면 리턴 전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 우리는 이제 소개를 받고 명함을 교환한 상태에 불과한 것이다. 정치 참여와 사람 사귀는 것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 시민권 취득→유권자 등록→투표 참여로 이어지는 선거정치 참여와 정치인과의 지속적인 유대관계 유지, 지속적인 고위 공무원직 진출과 정치인 선출, 우리의 사정에 걸맞는 정치헌금 제공 등을 통해 정치권의 한 축으로 인정받는 것이 우리 아시안들의 앞으로의 남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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