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회의 좌충우돌, 정도가 지나치다

2000-08-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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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8.15 광복 55주년 기념행사를 둘러싼 마찰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 기념행사 주최를 놓고 평통과 대립을 보여온 LA 한인회가 이번에는 양성철 주미대사에게 전문을 보내 ‘평통이 주최하는 8.15 기념 행사에 양 대사가 참석할 경우 이는 커뮤니티의 분열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섬으로써 문제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른 바 ‘친북단체’의 행사 참여를 둘러싼 이견이 심각히 노정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회가 이같이 ‘양 대사의 평통 주최 기념행사 참석은 LA 한인 사회 분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함에 따라 8.15 기념행사를 둘러싼 갈등은 연고권 다툼에다가 자칫 보수-혁신 갈등의 양상으로까지 비화될 조짐마저 보이게 됐다.

외견상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번 갈등은 한꺼풀 뒤집고 들여다보면 그 원인은 간단하다. 한인 사회의 고질인 얼굴내기, 생색내기가 말썽의 뿌리다.


문제는 그로 인해 자칫 LA한인 사회 전체가 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데 있다. 8.15 기념행사를 전후해 양성철 주미대사와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대거 LA를 방문할 예정인데 한인회와 평통이 따로 따로 행사를 개최한다면 LA 한인사회의 분열을 웅변으로 증명하는 셈이 된다.

8.15 기념행사는 최근 10여년간 전통적으로 평통이 주최가 돼 치러왔다. 이런 면에서 굳이 따진다면 주최의 연고권은 평통에 있다. 올해의 경우 ‘6.15 선언’에 따라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자 해외에서도 남북화해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 평통은 친북단체도 초청해 8.15 행사를 치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인회가 스스로 주최가 되어 범커뮤니티적 광복절 기념행사를 치른다고 밝히고 따로 기념행사 장소까지 발표함으로써 일이 복잡하게 얽힌 것이다.

이번 분규의 일차 책임은 LA한인회에 있다고 본다. 한인 단체마다 고유 영역이 있기 마련인데 한인회가 ‘커뮤니티의 대표’라는 이름을 내걸고 좌충우돌식으로 다른 단체의 고유 행사에 끼여들어 분열을 일으킨 게 이번 8.15 행사를 둘러싼 갈등의 본 모습이다. 보수-혁신 갈등은 이번 문제의 본질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다. 한인 사회의 대표라면서 아무데나 끼여들어도 되는지 한인회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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