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 비판자 선택은 잘못이다

2000-08-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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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앨 고어가 클린턴을 비판해 온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것은 명백한 오판이다. 고어는 사람들이 좋아한 것이 클린턴이지 고어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클린턴은 - 때로 지나쳐서 탈이긴 했지만, 활동적인 대통령이었다. 반면 고어는 지나치게 따분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는데 부통령 후보로 자신보다 더 따분해 보이는 사람을 지명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의 부통령으로서 클린턴-고어 티켓의 업적을 선전해야 할 시점에 반 클린턴 진영에 앞장섰던 리버맨을 내세워 클린턴과의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것은 조지 W. 부시를 대신해 선거운동을 해주는 것과 같다.


클린턴은 위대한 대통령이었다. 클린턴 재임 8년 동안 미국은 전대미문의 번영을 누렸고 세계 평화는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갔다. 과거 공화당 대통령 집권시 미기업들이 ‘일본을 본받자’고 외쳐댔으나 지금은 일본기업들이 미국을 닮고자 안달을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클린턴은 극우세력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뉴트 깅그리치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했고 공화당을 중도에 가깝게 밀어붙였다.

왜 고어는 피에 굶주린 우익 재칼들이 클린턴의 살점을 물어뜯고자 광분할 때 클린턴을 배신했던 인물을 러닝메이트로 택했는가. 바로 부시가 체니를 선택했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다. 리버맨은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는 군수산업을 위해 국방비 증액을 외쳐대며 폭력과 섹스의 범람을 들어 연예산업을 비난하고 사회적 가치 확립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리버맨은 "우리사회의 도덕적 규범이 황폐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연예계의 책임이 크다"고 수차례 말한 바 있다.

리버맨이 원하는 것이 할리웃에 대한 검열인가. 과거 인종분리주의, 특히 반유대주의의 팽배로 인해 유대계 배우들이 이름을 바꿔야 했고 영화 중 아시안, 흑인의 역할까지 백인 배우가 도맡았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를 원하고 있다는 것인가.

그 당시 민주당은 지금 공화당 의회 지도자들과 맥을 같이하는 남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주요 대학, 사교클럽, 직장들이 인종차별, 성차별에 유대인 차별까지 했었다. 그들은 심지어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까지도 모르는 척 했다.

리버맨은 지난 94년 ‘동성애에 관한 내용’을 담은 학교 교재에 연방예산 지출을 금지하는 법안에도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물론 대중문화에 냄새나는 구석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자본주의가 치러야할 하나의 대가며 소비자에게 선택을 맡길 일이지 검열을 운운할 문제는 아니다.
도덕적 문제로 리버맨을 선택했다면 고어에게는 이미 티퍼가 있는 것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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