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버맨은 현 상황에서 최선

2000-08-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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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ice of America

1960년 대통령 선거후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선자는 조각을 구상하면서 에이브라함 리비코프 코네티컷 주지사를 만났다. 케네디는 그에게 법무장관 자리를 제의했다. 리비코프는 사양했다. 미국은 아직까지 유대계 법무장관을 맞아들일 태세가 돼 있지 않다는 게 사양의 이유였다. 그는 대신 보건후생부장관직을 수락했다. 법무장관은 로버트 케네디가 맡았다. 40년이 지난 오늘 리비코프의 우려는 무지에 가까운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비친다.

유대계인 조셉 리버맨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앨 고어의 결정은 조지 W. 부시가 딕 체니를 부통령후보로 선택한 것과, 공화당 전당대회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리버맨은 체니와 마찬가지로 ‘성숙한 어른’의 이미지를 주는 인물이다. 공화당 전당대회의 숨겨진 테마는 ‘클린턴 피로증후군’ 공략으로 ‘고어의 출마는 다름 아닌 클린턴의 3선 출마’라는 메시지를 계속 전파했다. 고어가 리버맨을 선택한 것은 클린턴과 거리를 두는 일종의 정화작업이다. 그는 클린턴의 행태를 비난하고 나선 몇 안되는 민주당원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보도된 바로는 고어의 러닝메이트 후보 최종 리스트에 오른 인물은 6명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할 때 리버맨은 최선의 선택이다. 매서추세츠 상원의원 존 케리도 리스트에 오른 인물. 그가 선정됐을 경우 민주당 정·부통령 후보 티켓은 지나치게 자유진보 일색이라는 비난이 따를 수 있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딕 게파트도 고려 대상의 하나. 이 경우는 너무나 워싱턴 인사이드 냄새를 풍긴다. 이밖에 변호사 출신인 노스 캐롤라이나의 신참 상원의원 존 에드워즈, 고어와 마찬가지로 상원의원의 아들인 에반 베이 인디애나주 상원의원, 여성인 진 셔힌 뉴햄프셔 주지사 등도 물망에 올랐으나 어딘가 함량미달이라는 판단과 함께 결국은 리버맨을 선택한 것이다.


리버맨은 가치관에 있어 보수주의자다. 그는 공화당 보수파인 빌 베닛 전 교육장관이 ‘할리웃을 쓰레기 조달업자’라고 맹렬히 비난하는데 서슴지 않고 동조했다. 그는 또 1996년의 웰페어 개정안, 중소기업에 대한 양도소득세 감면안 등을 지지했다. 리버맨은 정통파 유대교의 경건한 신자다. 그가 1988년 자신이 연방상원의원 후보로 지명된 코네티컷 민주당 전당대회에 불참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전당대회가 열린 날이 유대교 안식일인 토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정통파 유대교임을 공언한 유대계로서 연방상원에 당선된 최초의 인물은 주다 벤자민이다. 그는 1852년과 1856년 두차례 상원의원으로 선출됐고 또 유대인으로서는 최초로 각료급 공직에 취임했다. 남북전쟁시 남부 정부의 법무, 국무장관 등을 역임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리버맨은 사실에 있어 전국적 공천후보가 된 최초의 유대계로, 그의 러닝메이트 선정은 미국 정치에 다양성을 한층 더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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