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캐주얼과 정장의 싸움

2000-08-0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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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민주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한동안 조용했던 대통령 선거전은 본 궤도에 오른다. 앨 고어 부통령과 조지 W. 부시 주지사가 민주·공화 양당의 공식 대선 후보가 되면서 전국을 휩쓰는 치열한 득표전이 시작될 것이다.

TV가 캠페인의 주 매체가 되면서 점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후보들의 겉모습이다. 후보의 감세정책이 어떻고, 교육정책은 어떠한지 등등 선거공약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후보의 인상이다. 두 후보가 똑같은 말을 해도 왠지 신뢰감이 가고 마음이 끌리는 후보에게 표는 가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어 선거진영과 부시 진영은 예선전 때부터 후보의 복장 문제를 놓고 상당한 고심을 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드러난 것을 보면 고어는 ‘캐주얼’로, 부시는 ‘정장’으로 이미지 구축에 나서고 있다. 워낙 융통성 없이 경직된 이미지가 강한 고어는 이번 선거전 동안 툭하면 폴로 셔츠에 청바지나 캐주얼 바지 차림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인 티퍼 여사가 “제발 좀 부드럽게 보이라”며 캐주얼 복장을 적극 추천했다고 한다.


한편 부시는 복장에 관한 한 자유분방형. 옷에 신경 쓰는 건 딱 질색인 타입이어서 예일 동창생들 사이에서는 허름한 T셔츠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사업가가 되고 주지사가 되어서도 옷을 차려입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짙은 회색이나 감색의 심플한 양복이 고작. 그래서 부인 로라 여사는 남편이 품위 있게 옷을 입도록 상당히 공을 들인다는 소문이다.

두 후보 모두 복장으로 원하는 이미지를 심겠다는 것인데 그에 대해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부정적 반응도 만만치 않다. 우선 부시 후보에 대한 비판-“텍사스 카우보이라고 말은 하지만 영락없는 아이비 리그 출신이야. 온정적 보수주의 내세우는 데 옷을 보면 그 사람 아주 보수적인 것 같아”
고어의 T셔츠 차림에 대해서는 더 말이 많다. 우선 캠페인 동행 기자단의 평-“캐주얼 복장이라지만 T셔츠는 풀 먹인 것같이 반듯하고 가죽 부츠는 먼지 한점 없이 광이 나니… 도대체 후줄그레한 맛이 없어”
“대통령 후보가 옷을 어느 정도는 차려 입어야지, 매일 잔디 깎으러 나가는 사람 같아서야”도 참신한 변신을 꾀하는 고어의 복장에 대한 비판.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치가가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그가 무슨 옷을 입었는지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 스타일이 몸에 배어서 옷이 겉돌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존 F. 케네디와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금년 대선전은 상당한 접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두 후보의 정장과 캐주얼 어느 쪽이 어필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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