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리는 과연 북한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2000-08-0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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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회담 이후 남북문제.

▶ 김병창<한국인권문제연구소 본부이사장 대행>

지금 한반도에는 열강의 이익이 교차하는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남북교류의 성공적 후속조치를 위하여서는 먼저 북한의 사정과 남쪽의 현실을 잘 살피는 소위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정책을 펼쳐나가야 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푸틴의 방북으로 북한과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독주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동맹에 접근함으로써 고전적 세력균형의 모델로 복귀하는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지난달 아세안지역 안보포럼(ARF)에서는 사상처음으로 북미 외무장관회담을 개최하는 등 지난 7여년 동안 미국 중심의 대한반도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견되는바 격동하는 국제정세에 신속하고도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외교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면 북한은 변하고 있는가. 그들은 어려운 경제환경속에서도 10년래 최대규모의 군사훈련을 실시하였고 지난해는 카자흐스탄으로부터 미그 21기 30대를 도입하였으며 아직도 장거리 미사일 ‘대동포’의 개발의혹과 파키스탄·리비아·이라크와 핵무기·미사일 기술분야에 협력하고 있다.


또한 이데올로기 면에서도 북한은 꾸준히 주체사상에 의한 적화통일(85~91년)을 주장하다가 92년이후는 외국자본 유치를 통한 국력강화후 통일이라는 승남통일(勝南統一)원칙을 견지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후 김정일위원장은 전방시찰에서 ‘혁명과 사상의 강자’가 되라고 교시한바 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초부터 일·중·러 정상들과 만나는 등 햇볕정책의 지지기반 확보에 진력하고 미·일의 강력한 지원속에 정상회담을 성공시킨 것은 민족자존의 능력을 세계에 선언한 것이다. 이러한 회담의 성공적인 후속조치를 위하여 몇가지를 제언하고 싶다.

첫째, 대북한 개방및 교류는 그들의 체재와 이념을 존중, 충격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속도를 맞추어야 한다. 한 예로 북한인민의 평균 월급이 80원(암거래 시장 1달러)인 반면 남한은 평균 1천달러로 그 격차를 고려해 볼 일이다.

둘째, 북한이 70년이후 주창해온 미국과의 평화협정을 남북당사자로 하고 정전협정을 당사국평화협정으로 고쳐야 한다. 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군비축소를 위한 필수불가결의 요건이다.

세째, 한국군 작전지휘권의 미국으로부터의 반환문제를 심도있게 거론하여야 한다. 이는 앞으로 있을 남북군사위원회에서 대등한 입장에서 협상하기 위한 요체이다. 아울러 최근 반미감정은 우려될만한 사항이며 대미결속만이 국익에 우선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할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정치인들의 목소리는 간곳없고 김대통령의 고군분투는 안타까운 노릇이다.

네째, 대 러시아 외교활동의 강화다. 이는 앞서 언급한 북·러·중의 고전적 세력균형의 모델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러시아는 남북한 영토의 100배, 인구는 4배 이상이며 99년 대러시아 무역이 23억달러이였던 점을 감안 한민족의 진출을 위한 기회의 동토로 여겨진다.

다섯째, 현정부는 ‘통일방안’에 대한 국민적 지지기반을 확고히 하기위한 행위가 있어야 한다. 10년전 공동체 통일방안과 남북연합의 3단계 통일방안의 상관관계의 설명이 부족하며 그동안 정부단위의 분명한 ‘통일방안’제시가 없었던 점을 지적한다.

여섯째, 대북진출 기업체에 대한 효율성과 경제성을 적극 검토하여 특단의 개선책을 강구하여야 한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지난 3월9일까지 20만119명이 다녀옴으로써 남북화해의 다리는 놓았으나 2005년까지 북에 지불할 9억4,200만달러의 사용처와 지난해 관광인원 14만명·1인 80만원의 경비를 기준 할때 1,992억원의 밑진 장사를 하였다.

결론적으로 북한도 공산주의로 굶어죽어가면서 체제를 유지할수 없다는 사실을 늦게나마 인식하고 국제사회에 동참하고, 지난 5년간 식량난에 도움을 준 한·미·일의 인도주의에 감사하며 지난 6월 북으로 월경한 남측 결성호를 즉각 돌려 보내는 등 변화의 조짐이 있다. 백년만에 한번 있음직한 역사의 구조변화에 지혜를 모아 대처함으로써 민족의 승운을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이길이 통일로 가는 길이고 한민족이 잘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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