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소양교육 있었으면

2000-08-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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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효원< LA>

나는 한 30년전에 처음으로 홍콩으로 해외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때는 당시의 중앙정보부로부터 소양교육이라는 것을 출발전에 받았다. 외국에 나가서 지켜야 할 예절같은 것도 있었지만 반공교육이 주였다. 특히 길에서 모르는 한국사람이 접근해오면 당신을 세뇌교육 시키려고 그러는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였고, 호텔로 누가 전화를 해도 모르는 한국사람이면 받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홍콩에 두 주간 머물었는데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만 예쁜 한국의 아가씨들이 홍콩의 중국인 상점에서 일하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는 007가방이 인기여서 그 상점에 가서 하나 샀다. 그리고 한 아가씨를 알게 되었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오기 바로 전날밤 이 아가씨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호텔로 오겠다는 것이다. 나는 더럭 겁이나서 “그 사람은 지금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얼른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도 이 나의 경솔했음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나의 아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한국에서 대학교도 나온 사람이다. 나는 내 아들에게 여러가지 미국에서 지켜야 할 일들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었고 특히 줄을 꼭 서야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어느날 빅베어로 놀러갔다. 돌아올 때는 아들에게 운전을 시켰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일이 생긴 것이다. 먼 앞에서 앰불런스 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오고 있고 내 아들 바로 앞의 차는 길옆으로 비켜서 차를 세웠다. 그런데 내 아들은 자기 차를 세우지 않고 앞의 정지해 있는 차 옆으로 비켜서 계속해서 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하마터면 앰뷸런스 차와 정면 충돌을 할 뻔하였다.


너무 순간적인 일이어서 나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내 아들은 긴급차가 어디서든지 사이렌을 울리고 오면 길옆으로 비켜서 차를 세워야 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한국의 신문이나 다른 언론에서도 이구동성으로 한국인들의 몰염치, 간교함, 자기 자식들이나 부에 대한 지나친 집념으로 인해서 다른 인종으로 부터 혐오를 받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는 우리 한국인들이 본질적으로 다른 인종에 비해서 저질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 보다는 차라리 뭘 몰라서, 다시말해 ‘소양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우리 미국의 한인사회나 또는 한국정부에서도 미국으로 오는 사람, 또는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에게 옛날처럼 소양교육을 시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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