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도나의 단군상

2000-08-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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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널드는 패스트 푸드 식당의 대명사다. 어디에서나 노란 색 M자를 트레이드마크로 내걸고 있어 ‘골든 아치’가 별명이다. 그러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초록색 M자를 간판으로 단 맥도널드를 볼수 있는 곳이 있다. 애리조나의 세도나가 그곳이다.

피닉스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에 자리잡고 있는 세도나는 얼마전까지 한인들에게 생소한 곳이었으나 최근 MBC가 이에 대한 특집을 내보내면서 이제는 한국에서 까지 관광객이 몰려 오는 명소로 변했다. 카튼웃에서 하이웨이 89A를 타고 플랙스탭까지 가는 50마일 구간은 시닉 루트란 이름답게 아름답다. 서부영화에서보던 황무지와 기묘한 형상의 붉은 바위,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속을 흐르는 맑은 개울등이 번갈아 나타나 관광객들을 즐겁게 해준다. 1940년대 초현실파 화가 막스 에른스트가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예술가들이 몰려와 아기자기한 화랑과 공예품을 가는 가게들도 많다.

그러나 세도나가 일반 관광지와 다른 것은 뉴에지운동의 메카란 점이다. 길가 곳곳에 요가, 기공, 심령술등 각종 신비주의적인 단체 센터가 즐비하다. 이곳이 뉴에이지 운동의 본부로 각광받게 된 것은 1981년부터. 심령술사인 페이지 브라이언트가 세도나가 “지구 정신 에너지의 중심”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 온갖 정신수련 운동가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이들 단체중 가장 큰 규모의 수련원을 갖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의 단학선원이다. 세도나 가기전 비포장 도로로 빠져 한 30분 정도 달리면 세도나 천화원이 나온다. 100에이커가 넘는 부지에 100명을 수용할수 있는 객실과 수련원등 시설을 갖춘 이 센터에는 방마다 단군의 가르침을 담은 천부경이 걸려 있고 언덕에는 단군 동상이 세워져 있다. 기수련을 하러 한국에서 이곳까지 찾아 오는 방문객이 연중 그치지 않는다. 지난 주말에는 한국에서 초능력 수련학생 20여명이 이곳을 찾아왔다. 교교히 내리는 별빛을 받으며 애리조나 사막 한 가운데서 단전호흡을 하는 모습은 한국 사람들이 용케도 여기까지 찾아 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센터 입구에 세워진 조감도에는 한국 민속촌 건립등 앞으로의 계획이 그려져 있다. 한 선원 관계자는 “세도나는 인디언들도 성지로 여기던 지역”이라며 “우리 민족과 한핏줄인 인디언들이 살던 곳에 단군의 가르침을 펼수 있는 새마을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군이 태백산에 신시를 세웠듯이 이상적인 마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과연 애리조나 사막 한복판에 한국인들의 신시가 들어설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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