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느 여성의 우울증

2000-08-0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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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에세이

▶ 반수잔 <퀸즈차일드 가이던스센터 소셜워커>

올 33세의 미세스 리는 자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자신과 남편이 학수고대했던 아이가 생기는 시점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미세스 리와 남편은 결혼생활이 5년 되었다. 남편은 회사 매니저로 일하며 미세스 리는 오피스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했고 가까운 장래에 석사학위를 받고 싶었다. 남편이 석사학위를 받은 것으로 자신도 위로를 받았고 이번에는 자신이 학위를 받을 기회를 갖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임신중이다.

남편은 미세스 리의 문제가 임신으로 인한 우울증이라 확신하고 이 우울증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곧 사라질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녀는 우울증이 남편과의 관계에 있는 것을 막연하게나마 느끼고 있다. 하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 지금은 어느 때보다 더 남편을 필요로 할 때인 것이다. 이제까지 이혼을 여러 차례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 스스로가 우울해지고 말았다. 부부상담 시도를 해본 결과 남편이 약간 변화하긴 했지만 곧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결혼하기 전 미세스 리는 자신이 매력이 없으며 똑똑하지도 않고 인생의 반려자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그녀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보였고 그녀와 결혼하기를 원했다. 그녀는 다시는 이런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현재 남편과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의 끊임없는 관심은 곧바로 소유욕으로 변했다. 그녀의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해야만 했다. 그녀의 친구들에 대해서도 질투를 하고 여자친구가 아니면 더더욱 그러했다. 집에 몇분이라도 늦게 돌아오면 그녀에게 화를 내곤 했다. 심지어는 언성을 높이고 물건을 집어던지며 나아가 혼외관계라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곤 했다.

미세스 리는 자신의 장래를 남편과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불가능해 보였다. 처음에 남편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는 ‘감옥’이라고 느껴졌다. 그렇지만 이혼을 하면 혼자 된다는 것과 적어지는 수입, 엄습해 오는 죄의식, 그리고 창피함 때문에 두려움이 생기고 우울해졌다.

아이를 가진 시점에서 남편을 떠난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미치고 이기적이라 할 것 같아 괴로웠다. 그리고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서 가정을 빼앗는 것 같은 죄책감도 들었다. 숨을 죄는 것과 같은 남편의 잘못된 사랑이 괴롭지만 한편으론 남편을 떠난다는 죄책감을 버릴 수 없었다. 남편에게 고통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부는 남편과 아내 모두가 저버림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세스 리는 이미 자신을 좋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 부모님으로부터 받을 저버림과 비아냥, 그리고 창피함을 두려워했다. 그녀 스스로가 자신의 일생이 어딘가에 막혀 있다고 생각했다.

현실에 대한 생각이 이렇게 다다르자 그녀의 우울증은 더해만 갔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힘든 결정을 해야 하게 된 것이다.

미세스 리는 상담을 일시 그만두었다가 출산 후에 상담에 다시 응했다. 그리고는 자신과 자신의 인생 발전을 위해 열심히 상담하기로 했다. 자신이 처한 인생을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상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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