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입양인들에게 한국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

2000-08-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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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해외입양인 한국연수

▶ 김정혜<토피카 드라이브 초등학교 교장>

한국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 주최로 올해 처음 실시된 해외입양인 모국연수 2주동안 통역및 지도교사로 모든 일정을 끝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참가자들은 모두 35명(미국·캐나다 출신 20명, 유럽 출신 15명)으로 8개국에서 모인 17세부터 42세까지의 입양인이며 거의가 한국을 처음 온 분들이었다.

개교식을 할 때는 모두 서먹서먹하고 어색한 표정이던 이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의 문화를 익히며 다양한 체험을 시작했다. 도자기를 만들고, 초등학교 어린이와 함께 태권도를 해보며, 한국 요리를 배우고 맛보고, 다도와 전통예절도 익히고, 설악산과 아름다운 모국의 강산도 보았다. 서툰 모국어를 사용해 보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고, 한국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모습을 봤을 때 지도교사로 큰 보람을 느꼈다.

참가한 입양인 모두가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당당한 젊은이로 성장했음을 보고 자랑스럽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날이 지나가면서 서로 친해지고 프로그램을 통하여 마음속 깊이 담아두었던 것들을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도 있게 되었다. 대부분 이번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지 않고 서로의 우정을 앞으로도 더욱 돈독히 하면서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느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각자 자기집으로 돌아가서는 같은 입장에 있는 많은 입양인들에게 이번 경험을 전해주고 조국의 뜨거운 관심과 애정을 전하겠다고 했다. 또한 자기들의 양부모에게 이번 모국방문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각자 살고 있는 지역에서 입양인들의 구심점이 되고 지도자로 성장하도록 힘쓰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입양인들이 한국에서 즐거운 경험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인들이 자신들이 입양인이란 사실을 아는 순간 불쌍히 여긴다는 점에 대해 그들은 상당히 불편해했다. 아울러 그들이 모국을 방문하여 교육을 받는 동안 느낀 것은 한국정부와 한국인들이 자신들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는 점, 모국어(한국어)를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 한국인들이 화를 낸다는 점등이었다. 문화 및 언어의 차이로 자그마한 일로 갈등이 생긴 경우들도 있었다.

입양기관이나 아동복지회들이 직원도 부족하고 시설도 미비해 서류 보관이 거의 안되어 있으며 그래서 친부모를 찾는 일은 굉장히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실망하기도 했다.

그래도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는 한국인이라는 점에 긍지를 갖고 더욱더 한국말 배우는데 힘쓰며 한국 커뮤니티에서 봉사할 기회를 만들겠다며 첫 모국 방문을 감격스러워했다. 마지막날 만찬식에서는 서로의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많은 분들이 울었다. 2주동안 너무도 많은 사랑을 나누고 좋은 친구를 만나서 헤어지기가 몹시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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