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키머니 해결, 한인상인 의식전환도 필요

2000-07-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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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LA 다운타운 한인 의류업계가 키머니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키머니는 건물주가 리스계약 체결이나 계약 연장을 조건으로 입주상인에게 요구하는 웃돈을 의미한다. 합법적으로 돈이 오고갈 경우 키머니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주변 렌트시세에 비해 엄청난 금액의 키머니를 요구한다는 것은 힘없는 입주자에 대한 횡포다.

건물주들이 이렇게 높은 금액의 키머니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대를 주었던 상인을 내보내면 그보다 높은 렌트를 내고 들어올 상인이 있기 때문이다. 다운타운에 임대 스페이스는 부족하고 임대해 들어오겠다는 상인은 많아 수요가 공급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키머니 문제에 있어서 우리 한인들부터 반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른 한인이 성업을 이루고 있는 장소를 보면 건물주에게 찾아가 리스계약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확인하고 웃돈을 얹어줄테니 자신에게 임대해 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돈 더준다는 유혹을 뿌리칠 이유가 없다. 과거 타인종 건물주들의 키머니 횡포를 견딜 수 없다고 빠져나온 한인들끼리 새로 지어 분양한 샌피드로 마트에서조차 키머니가 오가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하다.


최근 건물주의 일방적 횡포를 참다 못한 한인업주 2명이 키머니를 요구하는 건물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 업주의 경우 건물주로부터 40%의 렌트 인상과 함께 6만달러의 키머니를 요구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의류협회에서도 이번 기회에 키머니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소송비용 모금을 하는 등 지원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키머니를 불법화시키자는 내용의 법안을 주의회에 상정시키기 위한 로비도 벌이고 있다.

법정에서 판결이 내려지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이고 승소여부도 미지수다. 또한 내년 2월쯤 주의회에 상정될 예정이라는 키머니 불법화 법안의 통과도 낙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우리 한인들이 의식을 전환, ‘나만 잘되고 보자’는 이기적 생각을 버리면 무리한 키머니 요구 관행은 쉽게 퇴치할 수 있다. "장사 잘되는 곳이 있으면 웃돈을 주고라도 내가 차지하겠다"는 생각은 길게 보면 결국 제살 베어먹는 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한인 상인들이 자금력을 결집해 종합 의류상가를 건설하는 것도 키머니 횡포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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