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애인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다

2000-07-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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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 이수정<풀러튼>

나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다.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정상 학교에서 정상 교육을 받았으며 그 과정 중 단 한번도 “장애인 학교에 가라”는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유독 한인교회에서는 장애인을 구별하려 한다.

얼마전 책방에 들렀을 때 한 한인여성을 만났다. 그 여성은 내게 S교회를 아는가 물었다. “안다”는 내 대답에 “교회에 다니냐, 어느 교회에 다니냐” 해서 “미국 교회에 다닌다”고 했다. 그래도 그는 S교회에‘장애부’가 생겼으니 나오라고 했다. 이미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으로 살며 다른 교회에 다니고 있는 사람을 나오라는 것은 전도의 차원이 아닌 그 교회 장애부의 머리 숫자 늘리자는 얘기로만 들렸다. 나는 S교회에 전화를 하여 담임 목사님과 진정한 장애부를 위해 대화를 하기 원했으나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통화를 거절당했다. 그 교회 담임 목사나 장애부 담당 사역자 모두 건강한 사람들로 장애인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힘들다. 비서 얘기로도 “이제 장애부를 시작하는 단계라서 잘 모른다”고 했다. 그러면 장애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되는 것 아닌가.

미국에서 장애인 교육의 최종 목표는 “비장애인과 함께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일반 학교 내에 ‘정박아 클래스’가 함께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혹시라도 저 아이들이 일반 아이들로부터 놀림이나 받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였다. 그런데 그후 미국 대학원 특수 교육과에서 잠깐 공부를 하며 그것이 미국 정부의 깊은 배려임을 알았다. 정신 지체아동들도 자라면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같이 수업은 못 하여도 쉬는 시간에라도 함께 할수 있게 하여 이 다음에 사회에서 만나도 서로 자연스럽게 생활해 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교회 내에서 지체 장애인들이 왜 따로 모여야 하는가. 지체 장애인 중에 마음의 장애까지 겹쳐 비장애인들과 섞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장애부에 간다. 모 교회 장애부 전도사는 “교회 내 장애부의 할 일은 정상인과 어울리기를 싫어하는 장애인들의 마음을 치료하여 일반부에 가서 함께 어울릴 수 있게 내보내는 것이다. 장애인의 마음은 너무나 섬세하건만 일반 교인들이 너무도 무지해서 상처를 더 해주고 있다”고 했다.

내가 나가고 있는 교회는 백인 교회다. 교회 건물이 오래되어 본관에 장애인 화장실이 없지만 별관에는 있기에 그리 불편하지 않다. 그런데도 장애인 화장실을 만들어 주겠다고 지난 달 교인들이 파킹랏 세일을 하였다. 장애인들이 교회에 와서 함께 생활하기에 불편이 없게 배려하는 마음, 이것이 진정한 장애인 선교가 아닐까. 어느 목사님이“많은 장애인 선교하는 분들이 자기 도취에 빠져있다”고 했는데 정말이다. 장애인 선교를 한다는 영웅심리에만 빠지지 말고 진정한 장애인 선교가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 볼 때 더 이상 장애인들을 아프게 하지 않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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