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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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호황때 생각해야 할일

2000-07-2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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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칼럼

▶ 이 철 (주 필)

타운경기가 호황이다. 호텔마다 초만원이라 서울손님와도 방 잡아주기가 어렵다. 아파트 구하는 것도 보통 힘드는 일이 아니다. 렌트가 20~40% 뛰었는데도 입주대기자들이 줄을 서있다. 주택값은 계속 뛰어 일부지역은 80년대 부동산경기 전성기때의 가격선을 넘은 곳도 있다. KAL과 아시아나도 초만원을 이루고 서울에서 오는 연수생들과 관광객들로 식당들도 북적댄다.

모든 것이 1989년의 경기호황을 연상케한다. 경기가 침체에 빠지기 직전 한인타운의 분위기가 당시에도 그랬었다. 마치 한번 본 기록영화를 다시 돌려서 보는 기분이다. 유학생 쏟아져 들어오는 것 마저 비슷하다.

그러나 너무 뜨거우면 태풍이 일어나는 법이다. 열기는 바다에서 수증기를 만들어 내고, 이 수증기가 대기의 온도를 가열시키고, 가열된 공기는 가벼워져 상승하기 때문에 그 자리를 메꾸느라 대규모의 새공기가 밀려들게 된다. 이것이 태풍이다. 태풍이 캐리비언지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이유는 그곳의 온도가 뜨거워 해면에 공기의 이동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증권도 값이 너무 오르면 어느날 추락하게 되어있고 호경기도 오래 계속되면 불경기 사이클로 바뀌기 마련이다. 지난 30년간의 미국경제 사이클을 보면 대개 10년에 한번씩 경기침체가 찾아오는 것 같다. 유류파동이 수습된 직후인 지난 79년에 경기호황이 있었고 89년에는 흥청흥청의 피크 였었다. 그리고 2000년인 지금 또 호황의 절정을 이루고 있어 코너를 돌면 불경기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예감을 떨칠수가 없다. 왜냐하면 모든 상황이 내리막 직전의 89년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계만이 시간을 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의 변화를 보고 시간을 느낄 수도 있다. 배고파지면 낮12시 부근이고 해가지면 대략 오후8시다. 경제도 반드시 각종 지표로만 측정되는 것은 아니고 타운에 깔려있는 분위기로 짐작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한인들의 미국 체감경기는 주류사회보다 6개월~1년이 늦다. 주류사회에서는 불경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데도 한인타운은 여전히 호경기인 적도 있고 주류에서 호경기라고 환호하는데도 코리아타운은 불경기 늪속에서 기어나오지 못한 때도 있었다. 90년대 중반부터 일기 시작한 호경기바람이 바로 그 예다.

따라서 한인타운에 언제 호경기가 찾아오고 언제 불경기가 접어드는가를 점치는 방법은 주류사회경기 + 1년 = 코리아타운 경기라는 방정식으로 짐작하면 된다. 콜럼버스 달걀 세우기같은 이야기지만 이 원리를 몰라서 재산을 날린 사람들이 지난 경제불황때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재산을 날린 사람들은 대부분 ‘잘 나가던 사람들’이었다. 그저그런 사람들은 부동산투자 해놓은 것이 없어 피해도 없었다. 비즈니스에 성공한 한인과 닥터들이 무더기로 쓰러진 것은 이들이 너무 욕심을 내 부동산에만 투자를 집중시켰기 때문이다. 한군데에만 의지하면 잘 풀릴 때는 괜찮지만 내리막 길에 접어들면 전재산을 날린다는 교훈을 터득한 것도 이때였다.

요즘 호경기라 옛날 불경기때 혼난 것을 잊어버린듯한 느낌도 들고 또 세대교체가 되었기 때문에 새로 등장한 잘나가는 얼굴들이 과거의 교훈을 뼈에 새기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지난 90년대의 경제공황에서 뼈저리게 느낀 것이 있다. 그것은 ①수입과 지출을 생각할 것 ②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지 말 것 ③빚지지 말 것 ④분수에 넘치는 생활을 하지말 것 등이다.

맑은 아침에 "오늘 오후에 한차례 비가 오겠습니다"라는 일기예보가 있으면 우산을 갖고 출근하는 준비성이 경제에서는 필요하다. 길을 잃어야 길을 알게된다고 하는데 똑같은 길에서 두 번씩 길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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