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타이거 우즈와 수퍼스타

2000-07-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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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츠 칼럼

▶ 박덕만(편집위원)

클레어렛 저그(브리티시오픈 우승컵)를 품에 안은 타이거 우즈(24)는 "너의 골프가 현재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아니다. 부족한 점이 많다. 보다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골프황제로 추켜세우고 있고 브리티시오픈 5회우승 경력의 노장 탐 왓슨이 ‘수퍼내추럴’이라 혀를 내둘렀으며 스윙머신 닉 팔도가 ‘우리와는 다른 차원의 선수’라고 극찬한 타이거가 스스로 미흡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타이거의 오늘을 있게한 원동력이다.

타이거로 인해 골프의 역사가 다시 쓰여지고 있다. 타이거가 출전하면 우승은 당연 그의 몫,나머지 140여명의 선수들은 2위 다툼에 만족하게 됐다. 전통적으로 고상한 척 무게를 잡던 골프대회 갤러리도 타이거가 등장한후 풋볼관중 못지않게 요란스럽게 변했다. 23일 브리티시 오픈 마지막라운드에서 도랑에 넘어지고 미끌어지며 타이거를 쫓던 갤러리의 모습이 이를 잘 입증해주고 있다.


타이거가 타고난 능력만으로 오늘의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수퍼스타’로 대성할 자질을 갖춘 ‘유망주’는 많지만 이들 유망주들이 모두가 수퍼스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망주’가 ‘수퍼스타’가 되기는 구렁이가 용으로 승천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유망주의 대부분은 승천과정에서 중도탈락, 이무기로 커리어를 마감하게 마련이다. 농구의 마이클 조던,하키의 웨인 그레츠키,풋볼의 조 몬태나등이 승천한 용이라면 마약문제로 NFL에서 쫓겨나 아레나 풋볼에서 연명하고 있는 타드 마리노비치나 알콜중독자 치료소를 드나드는 괴력의 장타자 잔 데일리는 용이 되다만 이무기다.

타이거 우즈가 96년 프로로 전향했을 때 그 역시 ‘많은 기대를 모았던’ 유망주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으나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단기간에 수퍼스타의 위치에 오름으로써 사람들을 놀라게했다. 그가 잭 니클라우스의 최연소 그랜드슬램 제패기록(26세)을 이렇게 쉽게 깨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없다. 몇 개대회 쯤 우승할 수는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팔도,노먼,프라이스,미켈슨,엘스등 기라성 같은 골퍼들을 B급 선수들로 보이게 만들줄은 몰랐다.
물론 수퍼스타는 타고난 자질이 있어야 한다. 한인골퍼들 가운데도 아마시절 타이거를 격파했다는 선수도 있다. 그정도면 자질은 검증된 셈인데 보다 중요한 것은 노력이다. 타고난 자질이 약간 부족해도 노력으로 보충할 수는 있지만 각고의 노력없이 자질만으로 수퍼스타가 되는 길은 없다.

타이거의 예를 들어보자. 22일 3라운드까지 타이거의 중간성적은 16언더파 200타, 2위 데이빗 듀발과 타머스 비욘에 무려 6타나 앞서 있었다. 그 싯점에서 누구도 타이거의 우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웬만한 선수라면 그정도 차이가 나면 마음 놓고 푹 쉴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도 타이거는 3라운드가 끝난후 레인지가 문닫을 시간이 돼 연습할 시간이 없음을 아쉬워 했다. 레인지가 하오7시까지 문을 여는데 이미 하오6시59분이 된 것이다. 타이거의 코치 부치 하몬이 레인지를 연장오픈해달라고 요청해보자니까 타이거는 "작년에도 부탁해봤는데 들어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타이거는 아무리 리드가 크더라도 라운딩을 마친후 그날 미흡했던 점을 교정하기 위해 반드시 레인지를 찾으며 골프백 속에 갖고 다니는 휴대폰으로 하몬에게 자문을 구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수퍼스타가 갖춰야할 덕목은 강인한 정신력이다. 현 상황에 안주해 "이 정도면 됐지"하는 정신상태로는 수퍼스타가 될 수 없다. "세계최고가 되겠다", "완벽한 플레이를 하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그렇고 그런’ 선수는 될 수 있지만 수퍼스타가 될 수는 없다. 루키 센세이션 선풍을 일으켰던 박세리, 세계아마골프 여왕으로서 큰 기대속에 프로전향한 박지은등 한인여자골퍼들은 수퍼스타가 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기는 하지만 수퍼스타로서의 정신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수퍼스타에게 필요한 것은 두뇌다. 타이거가 이번 대회에서 코스매니지먼트를 잘해 골퍼들의 무덤이라는 항아리 벙커에 단 한번도 공을 빠트리지 않았던 점은 같은기간 열린 US여자오픈 마지막 라운드에서 우승자 카리 웹의 뒤를 바싹 쫓다가 스스로 무너지고만 김미현이 배워야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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