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즈니스식 영어 연수

2000-07-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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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기도원은 한인타운 북쪽으로 20여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산 속에 자리잡은 이 기도원은 100명 안팎 교인들이 수양회 장소로 빌리기 안성맞춤의 장소. 요즘들어 이 기도원 시설 빌리기가 점차 하늘의 별따기다. 여름방학기간중에 이용하려면 적어도 1년전부터 예약을 해야 할 판이다.

"왜? 이용하려는 교회가 많아져서다." 틀린 답은 아니다. 그러나 100점 만점을 줄 수는 없다.

"여름 수양회때마다 몇년 째 단골로 가던 기도원에 날짜를 예약하러 갔다가 애를 먹었습니다. 평년보다 조금 늦게 가서인지 벌써 예약이 꽉 차있어요. 이용하는 교회가 많아진 탓이려니 했지요. 알고보니 그게 전부는 아니예요. 서울서 온 초·중·고교 단기 영어 연수단들이 예약해 놓았더군요." 한 교회 관계자의 말이다.


이 기도원의 경우 하룻밤 숙박료는 어른이 18달러, 미성년은 이보다 더 싸다. 회의 장소와 식당 겸용으로 쓸 수 있는 큰 다이닝 룸과 부엌이 달려있다. 음식은 부엌시설이 있으니만큼 마음대로 해 먹을 수 있다. 거기다가 LA시내도 출퇴근 정도의 거리. 이런 조건 때문인지 한국서 온 연수생들에게 숙박시설로 새삼 각광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영어 비즈니스’가 날로 번창하고 있다. 영어가 지구촌의 공용어화 되면서 일고 있는 현상으로, 전세계의 영어 비즈니스 규모는 강습비, 교재비 등 영어교육과 관련된 각종 매출액 기준으로 연간 100억달러선으로 추산된다.

이 비즈니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큰 나라는 단연 미국이다. 매년 수십만명의 외국학생과 교수들이 몰려드는 미국이 각종 영어 비즈니스로 벌어드리는 돈은 연간 70여억 달러에 이른다.

한국의 초·중·고생들의 LA방문이 러시다. 이들 대다수는 단기 영어 연수생들. "미국으로 영어 연수를 못나가면 시쳇말로 ‘왕따’가 된다"는 게 서울의 강남 등 일부지역 학교의 요즘 분위기다. 특히 조기유학 허용방침으로 해외연수 바람은 한끝 고조돼 작년에 비해 50%∼200%이상 많은 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면서 LA에도 연수생 러시가 일고 있는 것이다.

이 연수 바람도 따지고보면 전 세계적으로 팽창하고 있는 ‘영어 비즈니스’ 한 모습이다. 이런 영어 연수도 비즈니스이니만치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서 온 어린 연수생들을 하루종일 끌고 다니다가 밤늦게 산속 기도원으로 데리고 와 허겁지겁 밥을 해 먹이고 재우는 모습은 아무래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지나치게 이윤만 추구하는 무분별한 영어 연수를 경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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