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항에서 생긴 일

2000-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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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 광장

▶ 저스틴 리 (세리토스)

지난 1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목회하시는 한 목사님이 이곳 남가주의 교회에서 집회를 끝내고 돌아가시는 것을 배웅하기 위해 LA공항에 나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노스웨스트 항공사 출국 체크인 카운터에서 목사님의 한국 여권을 본 직원이 스위스 입국비자가 없으므로 보딩패스를 발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한국은 스위스와 무비자협정을 맺고 있으므로 스위스 입국비자가 필요없다"고 설명했지만 그 직원은 컴퓨터에 비자를 요한다고 써있다면서 완강하게 보딩패스 발급을 거부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나는 "목사님은 10일 스위스로부터 왔으며 현재 스위스에서 1년반째 체류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그는 자신의 결정 밖의 문제라며 수퍼바이저에게 전화했다. 나는 수퍼바이저에게 같은 설명을 했지만 그도 똑같은 대답만을 되풀이했다.


결국 사태의 해결은 목사님이 주머니를 뒤져서 이곳에 올 때 받았던 보딩패스를 보여줌으로써 끝났다. 직원은 수퍼바이저와 다시 통화한 후 보딩패스를 내주면서 자신은 우리를 어렵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데 컴퓨터에 분명히 비자를 요한다고 기재돼 있으므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실랑이는 30-40분간 계속되었는데 우리 일행은 다행히 비행기 출발시간보다 2시간반전이나 일찍 나갔으므로 목사님은 일정에 차질없이 무사히 돌아가실 수 있었다. 영어를 잘 못하는 사람이 촉박한 시간에 나왔더라면 분명코 비행기를 타지 못했을 것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외무부의 업무태만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하고 싶다. 스위스와 무비자협정을 맺은지 몇 년이 됐는데 노스웨스트항공사 컴퓨터에 옛날 정보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면 그 정보는 누가 업데이트시켜야 하는가? 수없이 많은 한국인들이 세계곳곳을 여행하는데 대한민국 외무부는 국민이 낯선 공항 카운터에서 이처럼 황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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