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4.29 장학기금 인종화합 위해서도 써야

2000-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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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말썽많던 4·29장학재단이 새출발할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4.29 폭동 피해자를 돕기 위해 한국정부가 지원한 기금으로 마련된 이 재단은 이사 친인척에 대한 변칙 장학금 지급등으로 LA 한인사회에서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미주 교포의 이미지를 흐리는 오점을 남겼다.

뒤늦게 나마 새 이사진 출범과 함께 재도약의 전기를 맞게된 것은 불행중 다행한 일이다. 신임 이사들은 그 면면으로 봐 기금을 유용하거나 변칙 지급등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를 사람들은 아니어서 일단은 안심이 된다. 그러나 이사진 교체와 함께 장학재단이 앞으로 어떤 일을 해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장학재단 설립취지는 폭동 피해자를 돕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폭동이 난지 8년이 지나면서 누가 폭동 피해자인지를 판정하기가 힘들어지고 있다. 이들의 자녀들도 그동안 자라 장학금이 필요없게 된 케이스도 많다. 언제까지나 수혜자격을 폭동 피해자 자녀에게 국한하는 것은 기금 마련의 진정한 뜻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따져 보면 폭동의 근본 원인은 인종 갈등과 치안미비에 있다. 이 돈을 한인과 흑인, 한인과 히스패닉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거나 한인 커뮤니티의 치안을 확보하는데 쓰는 것도 본래 취지에도 부합하는 것이라 본다. 그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흑인·히스패닉 우수 학생에게 장학금을 준다든가 다인종 친선 도모 행사를 지원하는 것등을 생각해볼수 있다. 그동안의 스캔들로 4.29 장학재단의 이미지가 나쁘고 4.29란 글자가 폭동의 상처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어 이름을 바꾸는 것도 검토할만 하다.

이번 인선을 발표한 총영사관측은 수혜자를 폭동 피해자에 국한시킬 필요가 없다는 원칙론만 발표하고 앞으로의 재단 운영은 전적으로 새 이사진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올바른 결정이라고 본다. 한국 정부 돈이라고는 하나 LA 한인사회 문제를 총영사관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남보기에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현재 남아 있는 장학재단은 원금과 이자를 합쳐 150만달러에 달한다. 잘만 쓰면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중요한 구실을 할수 있는 돈이다. 아무쪼록 이번만은 잡음이 나지 않고 한인사회에서 가장 모범적인 재단 운영이란 소리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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