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5세 눈에 비친 한국

2000-07-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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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영호<미국 변호사>

나는 1.5세다. 한국에 파견나와 근무하다 보니 신기한 것도 많고 이해가 안되는 것도 많다. 한국에 살면서 제일 먼저 인상 깊었던 것은 셀룰러폰(이곳에서는 핸드폰이라고 부른다)이다. 지하철 안에서 어느 한 사람의 셀룰러폰이 울릴라치면 여기저기서 자기 셀룰러폰이 아닌가 하며 만져보는 광경은 진풍경이다. 물론 울리는 소리에 종류가 많지만 워낙 많은 사람이 핸드폰을 갖고 다니니까 소리도 비슷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Cellular World라고 표현하면 어울릴 것 같다.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너나 할 것 없이 셀룰러폰을 갖고 다닌다. 오히려 돈 없는 사람일수록 비싼 셀룰러폰을 가지고 다니지 않나 생각된다. 젊은이나 여학생들은 울리는 것을 쉽게 알아내기 위해 아예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니기도 한다. 바람이 몹시 불 때는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가 셀룰러폰을 받는 모습은 진기하게까지 느껴진다.

정부당국에서는 소비자들이 셀룰러폰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이 과소비를 부채질한다 하여 이제는 사용자가 직접 핸드폰을 구입해야 한다는 제한규정을 두고있다. 과거에는 전화회사들이 손님들을 확보하기 위해 셀룰러폰을 공짜로 주기도 하고 아니면 셀룰러폰 구입시 일부 대금은 회사측에서 부담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본주의의 단점은 필요없는 물건을 필수적인 것처럼 소비자가 착각하게 만드는데 있다. 광고등을 통해서 말이다. “자본주의는 수요를 만들어내고 수요는 또다른 수요를 자극한다”는 말이 한국의 셀룰러폰 유행현상에 꼭 어울리는 것 같다.

나는 처음 한국에 나오자마자 2개월 동안 TV를 전혀 보지 않았다. 차도 사지 않았다. TV 없고 차 없는 것이 이렇게 편한 줄 전에는 몰랐었다. 좋은 차나 셀룰러폰이 있으면 사람이 멋진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자본주의의 상술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수록 필요없는 것들은 버려야 한다. 필요없는 것을 하나씩 버리다 보면 정말 중요한 것만 남게 될 것이며 이때 비로소 자기에게 무엇이 꼭 필요한가의 윤곽이 떠오르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살면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 미국 1.5세 눈에 비친 한국생활의 장단점을 소개해 본다.

좋은점:

1. 식당이 많아서 좋다.
2. 셀룰러폰과 인터넷 사용료가 미국 보다 싸다.
3. ATM 머신이 많다.
4. 사우나가 많아서 좋다.
5. 자동차가 필요없다.
6. 전화요금, 전기요금등 고지서를 아무 은행에 가서 지불 할 수 있어서 좋다.
7. 동대문이나 남대문에서 싸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8. 식당에서 팁을 안내도 되어서 좋다.

나쁜 점:
1. 공기가 나쁘다.
2. 교통난이 너무 심하다.
3. 운동할 시설이 너무 없다.
4. 의료보험은 심각한 병은 커버해주지 않는다.
5. 커피 맛이 너무 약하다.
6. 쓰레기통이 너무 없다.
7. 아파트나 오피스텔은 에어컨이 없어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9. 영화는 일찍 가서 표를 구입 안하면 매진되기가 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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