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시아계법관 인준 서둘러야 한다

2000-07-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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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낸시 최 (아시아태평양변호사협회 사무국장)

빌 클린턴대통령이 노만 미네타 전연방하원의원을 차기 상무장관으로 지명함으로써 동양계 최초의 각료가 탄생하게된 것은 우리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로서는 참으로 기쁜 소식이다. 다행스럽게도 상원 상무위원회 존 맥케인위원장(공화,애리조나)은 인준절차를 신속하게 진행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다른 분야 - 특히 상원법사위원회 인준청문회를 거쳐야만 하는 사법분야의 동양계 지명자들은 그와 같은 행운을 얻지 못하고 있다. 오린 해치상원의원(공화,유타)이 위원장을 맡고있는 법사위는 민권담당 법무차관보 빌 랜 리의 인준을 3년동안이나 미뤄왔다. 별수없이 리는 지난 2년반동안 법무차관보 서리로 일해왔다.

달리 지는 중국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주 센트럴 디스트릭 연방판사로 지명된후 지금까지 1년동안 인준청문회가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판사보다 늦게 지명된 판사들중 최소 25명이 이미 상원인준을 받았는데 그들중 아시안아메리칸은 단 한명도 없었다. 심지어 지난6월 지명된 연방판사 가운데도 상당수가 이달중 인준청문회를 받기로 돼 있는 점과 비교가 된다. 하와이 연방법원판사로 지명된 한국계 잔 림판사의 경우도 - 함께 지명된 2명의 백인남성 판사는 이달중 인준청문회를 갖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 언제 청문회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다.


지난5월 뉴멕시코주 연방검사장으로 지명된 노먼 베이도 있다. 베이가 인준을 받으면 미국 최초의 동양계 연방검사장(미전국에는 93명의 연방검사장이 있다)이 되는 셈인데 인준청문회는 언제 열릴지 아무도 모른다.

동양계 판사 가운데 가장 최근에 상원법사위 인준청문회를 통과한 하와이연방법원의 수전 오키 몰웨이판사가 인준을 받기까지 2년반이 걸렸다. 올해가 대통령 선거의 해인 관계로 상원 인준절차는 곧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청문회도 못받고 있는 이들 동양계 법관들의 자질에 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인준을 못받고있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지판사가 인준을 받으면 현직 연방판사중 동양계는 7명이 된다. 이는 전체 판사숫자중 1%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전체 미국인구의 4%가 동양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나 적다. 지판사는 문제를 일으킬 성향이 있는 인물도 아니다. 지판사는 경영 및 노동전문 변호사로 고용주와 근로자측을 동시에 대변할 수 있는 중도적 인사다. 중간입장에서 조사분규를 해결할 수 있는 노동문제 조정에 적임자다. 클린턴대통령은 물론 캘리포니아주 출신 다이앤 파인스타인과 바바라 박서 상원의원, 하비에어 베세라 하원의원(민주,LA)등이 상원법사위에 지판사의 신속한 인준을 촉구했다. 대통령이나 동료의원들의 촉구가 있을 경우 인준절차를 서둘러주는 것이 관례인데도 불구하고 무슨이유에서인지 지판사의 인준청문회는 아직도 열리지 않고 있다.

지판사에 대한 지지는 비단 민주당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공화당의 제임스 로건하원의원(글렌데일)도 지판사에 대한 지지성명을 발표했고 지판사가 근무하게될 캘리포니아주 센트럴디스트릭 연방법원 법원장도 케이스의 누적이 심한상태라며 신속한 인준을 당부했다.

그러나 상원이 지판사에 대한 인준청문회를 개최하지 않는한 지판사는 직무를 수행할 수없다. 장기간 심리가 지연된채 판사의 부임을 기다리고 있는 누적된 케이스 당사자들의 불편도 이루 말할 수 없다. 특히 자신들을 대표할 판사가 턱없이 부족한 아시안아메리칸 커뮤니티의 실망도 클 것이다.

공화당이 옛날부터 소수계 판사지명자에 대한 청문회에서 불공정한 입장을 취해 왔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연방상원은 지판사의 인준청문회를 신속히 처리해야만 선거의 해에 법의 바른 집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유권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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