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LA판 앵벌이

2000-07-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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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LA 한인타운에서는 장애자등 20여명의 한인이 한 업소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소동이 있었다. 시위의 이유는 타운 한 단체장을 지닌 이 가게 주인이 장애자를 돕기 위한 미주 한인장애인 연합회의 기금모금 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주인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은 후 “모금에 비협조적인 사람은 누구도 가만 두지 않겠다”고 위협한 후 주인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맞서자 자리를 떴다.

그러나 이 단체가 어떤 모임인지는 장애인들 사이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다. 최근까지 이 단체 회장직을 맡아 온 장애인 박익주(유림 한의원 대표)씨는 “작년 9월 안모라는 사람이 찾아와 ‘여러 장애인 단체를 하나로 묶어 힘을 결집하려 하니 회장직을 맡아 달라’고 간청해 수락했다”며 “그후 돈을 모아 어디에 어떻게 썼다는 보고가 전혀 없어 의아해 하고 있던 차 얼마전 ‘당신은 회장에서 해임됐다’는 통고를 받았다”며 어리둥절해 했다. 처음에 좋은 일을 하려는가 보다 하고 모였던 사람들도 이제 뿔뿔이 흩어지고 지금은 연락처가 어딘지도 불분명한 상태라는 것이다.

장애자를 앞세운 모금 행사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다. 한 식당 업주는 “안모라는 사람이 장애인을 데리고 식당에 들어와 잔뜩 음식을 시켜 먹은 후 ‘당신 식당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돼 있지 않다’고 은근히 협박을 한 후 밥값도 내지 않고 가버렸다”며 “이런 식으로 당한 업소가 한 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한인 커뮤니티에는 정신장애자 후원회, 신체장애자 부모회, 물덴동산등 장애자를 돕기 위한 단체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일반 한인들은 어느 단체를 누가 하고 무슨 단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수가 많다. 이런 일반의 무지를 악용해 장애인이란 명목을 내걸고 타운 단체장이나 업소들로부터 헌금을 강요하는 사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장애인을 돕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여기저기 손벌리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자체 봉사활동으로 실적을 갖추고 푼돈이라도 모금을 한 후에는 지출 내역을 상세히 밝혀 크레딧을 쌓아 가야 한다. 이들의 시위 현장을 지켜본 한 한인은 “경찰이 온다니까 휠체어에 앉아 있던 장애인이 두발로 일어나 차를 타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며 “이것은 타운의 또 하나의 공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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