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담스런 골프 화제

2000-07-1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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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한인 직장에 근무하는 한 여성이 한인 남성들의 지나친 골프열기에 대한 불만을 전해 왔다.

"월요일 아침만 되면 사무실 남자들이 모여 앉아 온통 골프이야기뿐 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십몇년 직장생활을 해오는 동안 계속 듣고 있다보니 정말 짜증이 납니다. 우리 여자들이 월요일 아침부터 일은 안하고 주말에 샤핑 다녀온 이야기로 수다만 떨고 있다면 좋게 보아 넘겨주겠습니까"
아닌게 아니라 한인 남자들 가운데 골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 사람들도 골프를 즐기기야 하지만 한인들 열기는 못 따라간다. 누구 말대로 ‘전생에 골프 못치는 것이 한이 돼 죽었는지’ 모였다 하면 골프 이야기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월요일 아침이면 직장 동료들끼리 "30피트 롱 버디펏을 성공시켰다"느니, "그린 바깥에서 칩샷한 것이 그대로 홀인이 됐다"느니 주말에 골프 치며 있었던 무용담을 나누느라 정신없다.

무용담이 시들해질 때쯤이면 이번에는 다음주말 골프예약과 멤버 구성하느라고 바쁘다. 골프는 대개 4명의 플레이어가 한 조를 이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짝이 안 맞아서는 곤란하다. 골프를 정기적으로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함께 치는 멤버들이 정해져 있게 마련이지만 어쩌다 스케줄에 변동이 생기면 짝 맞추기 위해 부산해진다.


골프 이야기는 비단 직장에서만으로 한정된 것은 아니다. 친구들끼리 모여도 골프 이야기고 어쩌다 부부동반 모임을 가진 자리에서도 어김없이 골프가 화제에 오른다. 요즘에는 부인네들도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아 남편들 대화에 함께 끼여들어 곧잘 맞장구를 치곤 한다. 또 동창회다, 직장이다, 무슨 무슨 협회다 해서 한인들 모임마다 정기적으로 골프대회를 갖지 않는 곳이 드물다. 30대가 넘어서 골프를 안 치는 한인이라면 직장에서나 사적인 모임에서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심지어 교회에서도 골프가 화제고 예배를 빨리 끝내고 골프장으로 달려가려고 목사님 설교가 길어지면 엉덩이를 들썩거리는 이들도 있다. 이쯤 되면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골프를 치기 위해 살아가는 셈이 된다. 취미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니겠지만 취미는 취미로 끝나야지 도가 지나쳐서는 곤란하다. 주위사람이 부담을 느낄 정도의 골프 토론은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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