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성공적인 직장생활

2000-07-0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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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삶.

▶ 여주영 <본보 뉴욕지사 논설위원>

요즘 수많은 한인대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새 직장을 찾아 새롭게 출발하는 모습이다. 이 젊은이들이 앞으로 4년동안 대학에서 배운 모든 지식과 경험들을 살려 최선을 다해 근무하게 될 경우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나 후배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그리고 동포사회에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리라 기대된다.

그런데 한인젊은이들은 왜 그런지 직장에 들어가 미국인들과 당당하게 겨루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지낸다고 들린다. 이들의 경우 직장에서 동료나 상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의사표현도 잘 못해 대부분 진급이나 봉급면에서 미국인들에게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향후 몇년 후에는 미국 내 기업 가운데 전체 직원 중 50% 이상이 여성을 포함, 마이노리티가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하니 자신을 가지고 새 직장에 임할 경우 얼마든지 좋은 열매를 거둘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게다가 요즈음 미국 경기가 계속 활황세이고 1975년 이래 3.9%로 가장 최저의 비 고용자 수를 기록하고 있어 더욱 희망적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한인학생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철저히 동양식 교육을 받아선지 자신감이 결여돼 회사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가급적이면 양보하고, 할 말이 있어도 웬만하면 참고, 남 앞에서 아는 척 나서지도 말며, 겸손하고, 때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못본 척 지나가고 등등. 미국식 교육과는 거리가 먼 훈계조의 교육을 받아 표현력에서 미국애들한테 뒤떨어지고 있다. 미국식은 한마디로 떠들어서 자기의 똑똑함을 가급적 최대한 알려야 하는 교육이다.

이상한 얘기지만 그만큼 미국은 자기 잘 낫다고 PR을 해야 알아주는 곳이다. 자기 의견을 또렷하게 표현하고 토론시도 똑바로 의사를 발표하면 귀를 기울여주는 곳, 그 곳이 바로 미국사회다. 소리없이 있으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한국식 교육의 가장 큰 맹점은 유학생들이 학교에서 보여주는 행동과 학습태도가 미국사회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잘 반증되고 있다. 상당수가 표현이 좀 안된다 싶으면 곧바로 얼굴이 빨개지고 남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몇년씩 학교를 다녀도 입 한번 제대로 열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언어인데 그렇다면 영어가 되는 동포학생들은 왜 그렇게 미국사회에 나가 주눅이 들어 어깨를 활짝 펴지 못하는가, 한인학생들은 대부분 집안에서 부모로부터 은연중 제약과 꾸중을 들으며 자라온 것이 원인인가. 우리 자녀들은 칭찬보다는 툭하면 ‘안된다’ ‘못한다’ 야단만치는 부모들에 의해 기가 많이 꺾인 상태로 자라왔다. 그러니 자연 남을 의식하고 경쟁에서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그래가지고 서야 우리 아이들이 미국사회에서 당당하게 제 밥을 찾아먹을 수 있을 것인가.

가정에서의 자신감이 직장까지 연결돼 똑똑히 잘 하면 이익이 모두 자신에게로 돌아오고 그렇지 못한 경우 모두 타인에게로 돌아간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부모들은 자녀가 졸업해서 직장에 가더라도 주위에서 존경받고 회사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남들과 자신있게 어울리는 배려를 해야한다. 아이들이 기죽지 않도록 평소 대화를 자유롭게 하는 교육에 신경을 써야하며 데이트든, 뭐든 아이들이 마음놓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자녀들은 대학을 잘 마치고도 사회에 나가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너는 학교에서도 잘했고 여러 가지 경험도 많으니 회사에 가서도 잘 할거야. 절대 기죽지 말고 열심히 해라. 그러면 너는 반드시 성공할 거다’라고 자녀를 뜨겁게 격려해 보라. 당신의 자녀는 분명 어느 곳에 가도 당당한 한인으로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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