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0년 동안 맺힌 한 풀리려나

2000-06-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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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춘, 남가주 함북도민회 전회장)

1945년 9월 서울로 유학을 가야 한다는 아버지 말씀에 따라 고향 청진에서 혼자 내려왔다가 3·8선이 그어지는 바람에 어머니와 누님, 세 누이동생을 55년 동안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혹시라도 내가 월남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가족들에게 불이익이 미칠까봐 그 동안 연락도 못했다. 어머니는 돌아 가셨겠지만 자매들은 아직 살아 있을 것이다.

김대통령이 평양에서 김정일과 만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이번에는 정말 고향에 가보게 되는건지 희망반 체념반이다. 김정일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나쁘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화면에 나온 모습을 보니 욕하기만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현재 LA에도 수많은 실향민이 있다. 실향민들로 구성된 이북 5도민회가 야유회를 하면 1,000명 정도 나오는데 실제 이북 출신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가장 숫자가 많은 황해도 출신에서 가장 적은 함북 출신까지 모두가 더 늦기 전에 고향에 가 보는 것이 소원이다. 앞으로 수많은 난관이 남아 있겠지만 이번만은 꼭 일이 성사돼 수십년간 헤어져 있던 혈육을 만나 보고 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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