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피해 많았던 ‘비공식 채널’

2000-06-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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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방<보험업·오렌지카운티 초대 한인회장>.

이산 가족의 만남이 남한과 북한, 미국과 북한등 국가와 국가간 공식 합의를 통해 이뤄지기를 뼈저리게 기다렸다.

6.25때 혼자 남쪽으로 내려와 이북의 형제들과 연락이 두절된 나는 95년과 97년 두 번 고향 방문을 시도했다. 중간 브로커를 통해 길을 마련한후 희망에 부풀어서 북경까지 갔지만 북한 들어가는 비자를 받지 못해 두 번이나 헛걸음을 했다.

“고향의 형들과 누이동생을 몇십년만에 만난다”할 때는 선물할 물건을 얼마나 많이 가지고 갔겠는가. 그 많은 짐을 그대로 싸들고 LA로 되돌아 올때의 참담한 심정은 이루 말로 할 수가 없다.


그후 편지를 주고받게 해준다 해서 브로커에게 돈을 건넨 적도 몇번 되지만 이상하게 나는 한번도 성공을 못했다. 한국의 내 친구도 이북의 가족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거액을 중간 브로커에게 주었지만 중국까지 가서 기다리다 그냥 돌아왔다.

비공식으로 상봉을 추진하다 이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제 남북의 이산가족이 정식으로 만나고, 미국과 북한간에도 정상적 외교관계가 수립되면 이런 폐단은 없어질 것이다.

남과 북이 서로 증오하지 말고 화해해야 공존할 수 있다는 자각이 생기는 것 같아 기쁘다. 분단된 지 반세기가 넘었는데 이제는 마음 편하게 서로 만나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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