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 두려워할 필요 없다

2000-06-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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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정상회담

▶ (데이빗 강, 다트머스대 교수, LA타임스 기고)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이 얼마나 믿을만한 상대인지를 평가할수 있는 기회다. 현재 미국내에서는 북한이 단지 위협적인 존재로만 비쳐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개방을 원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증거는 많다. 미국은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수 있는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

평양은 진심으로 문호를 열려 하고 있다. 북한은 외국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법과 헌법을고쳤다. 97년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아시아 개발은행에 가입하려 했으며 최근에는 IMF 가입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호주와 이탈리아와 수교하는등 외교 관계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북한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조용한 변화다. 95년에는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필수 외국어가 러시아어에서 영어로 바뀌었다. 통역관들은 월스트릿저널등 서방 신문들을 읽으며 유엔 관리들이 북한 곳곳을 방문하고 있다. 평양에서도 CNN과 BBC방송을 볼수 있다.


북한이 아직 속을 알수 없는 나라이며 국제, 정치, 경제적으로 심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개방은 북한 지도자들로 봐서는 위험한 일이다. 그들은 변화가 짜임새 있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혼란이 올수 있다는 것을 봐왔다.

미 일각에서는 북한이 무조건 항복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친구가 되려하는데 북한만 광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옳지 않다. 미국은 북한을 불신할 이유가 있지만 북한도 미국을 믿지 않는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약화시키려는 기도다. 북한은 고집이 세지만 실용주의적인 나라다.

그런 북한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가? 첫째, 장기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 정상회담은 중요하기는 하지만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둘째, 북한의 공갈에 넘어갈 필요는 없지만 과잉 반응을 할 필요도 없다. 그쪽이 제멋대로 굴면 협상을 중단해야 하지면 미 기업의 북한 투자와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 북한을 고립주의적이라고 비난하면서 북한의 개방을 방해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셋째, 북한 주민의 외부 세계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잘 만 하면 북한을 국제 무대에 끌어 내는 것은 가능하다. 만에 하나 전쟁이 벌어지는 날에는 수많은 인명과 재산이 손상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제를 다루고 북한을 희화하하는 어리석음을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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