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은행쪽에서 본 비즈니스 평가기준

2000-06-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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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운화<한미은행 부행장>

은행을 포함한 자금 공급원들은 모두 자금을 공급할 좋은 기업을 고객으로 모시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이중에는 인베스트먼트 은행, 창업투자 등 상당히 높은 위험을 안고 고수익에 투자하는 금융기관도 있지만 전통적인 대출을 하는 은행은 기업에 대출하기전 기업 위험도 평가에 있어 매우 보수적이며 따라서 우량기업에 대출코자 최선의 노력을 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은 거꾸로 은행에서 바라보는 우량기업이 어떤 것이냐는 질문과 같기에 일반적으로 우량기업이 무엇인지 몇가지만 설명코자 한다.

우선 우량기업은 재무상으로 안전해야 한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어느 기업이 안전한지는 확실치 않지만 대체적으로 네가지 재무구조분석을 통해 말할 수 있다. 첫째 자본금이 많을수록, 둘째 유동성 즉 현금등이 많을수록, 셋째 수익성이 좋을수록, 넷째 투자자산에 비해 매출이 많을수록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얘기하면 같은 의류생산업을 한다고 해도 자기투자분이 높고 고정자산 등에 돈이 많이 묶이지 않고 매출당 이익이 많고 같은 재고에 비해 매상이 많으면 아무리 경기가 어려워져도 견뎌나갈 수 있는 능력이 더 있다는 얘기다.

즉 은행의 위험관리는 경기가 좋을 때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고 경기가 나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는 시각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되겠다. 그 이유는 투자자는 경기가 좋아 기업이 잘되면 몇배 몇십배의 이익도 갖게 되는 반면 대출자는 정해진 이자율에 따른 이익금 이상을 기대할 수 없어 대출금상환이 어려워지면 대출기관자체에 위협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경영력의 측정에 의한 우량기업의 판단이다. 앞에서 얘기한 모든 숫자상의 여건이 좋아도 경영력이 좋지 않으면 앞으로 몇년간 계속 여건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여건을 발전시켜나갈 수 있는 경영력이 우량기업의 관건이 된다.

경영력이라는 주관적 판단을 무엇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너무나 복잡하나 대체적으로 상황판단력과 리더십 두가지가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상황판단력은 기회가 왔을 때 전진해 나가고 위기가 오면 관리를 강화하는 능력으로 보는데 기회를 못보거나 또는 너무 늦게 돌입한다든지 위기상황인데 관리를 하지 못함으로써 어려워지는 기업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상황판단력은 결국 그동안의 실적으로밖에 표현되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므로 대부분 은행이 오래된 안정적인 역사를 가진 기업을 우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하겠다.

다음은 리더십인데 기업이 커가면 커갈수록 한두사람의 판단이나 지휘하에 운영하게 되면 위험도가 커진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두가지면에서 문제가 되는데 첫째는 주요인물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기업의 영속성이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고 또 하나는 좋은 직원을 양성치 못해 경영능력이 발전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타운에서도 기업주가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또는 기업주 혼자서 모든 경영을 책임지다 한계에 부딪히는 사례를 종종 보게 되는데 본인의 창업으로 성공한 경우 경영후계 문제도 항상 심각히 생각하여 경영력의 분산, 조직화에도 신경 써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 부분은 특히 창업주의 경우 적응하기가 훨씬 힘든 부분으로 많이 지적되는데 회사가 커감에 따라 수직, 수평적 복잡성이 커지고 전문화, 형식화가 이루어지며 대화의 채널과 양이 증가되므로 리더십 또한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도 어떤 경우 창업주는 본인이 이룩한 성공 때문에 스스로의 리더십을 최상으로 여기게 되는 경우가 있고 이 때 잘못하면 변화를 거부하게까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차원 높은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변화해야 한다는 각오가 되면 더 넓은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믿고 항상 열린 마음으로 연구하고 노력하면 중견기업으로 당당히 성장하리라 믿는다.

결론적으로 우량기업은 재무자료로 표현되는 과학적인 측면과 함께 경영력으로 표현되는 사회적인 측면이 조화되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출신청시 은행은 고객이 제출하는 재무서류 분석과 함께 인터뷰와 기업방문 등을 통한 경영상태 분석을 복합적으로 하게 된다. 이때 은행마다 조금씩 기준이 다르고 전문화한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은행대출을 적절히 활용키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의 기업분석이 된 후 어느 은행이 가장 높은 평가를 주는지 알아보면 최적의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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