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동강의 기적’ 이뤄지려면

2000-06-09 (금)
크게 작게

▶ 미국의 대북한 정책

▶ -전영일(국제전략화해연구소 소장)

전통 한국가옥에는 대문과 옆문 그리고 뒷문이 있다. 한국인들은 공식적인 만남을 위해서는 대문을 이용하지만 은밀한 만남을 위해서는 옆문이나 뒷문을 이용해왔다. 북한과의 대화도 정치적 만남이 대문이 굳게 잠겨져 있어 어렵다면 뒷문을 통한 문화적,비정부차원의 접촉이 효율적일 수 도 있다. 그리고 옆문을 통한 경제적 접촉을 시도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국과 서방세계는 지난94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이루어진 북한과의 핵무기 협의라는 옆문접촉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제네바협의가 없었더라면 북한은 금년까지 최소한 12기의 핵무기를 생산해냈을 것이고 국제핵무기확산금지조약도 94년에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 가을 베를린회담에서도 미국의 페리팀은 북한으로부터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의 잠정금지라는 결실을 얻어 냈다. 이 두차례의 뒷문과 옆문 접촉에서 미국은 동아시아 평화유지를 위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5년전만해도 북한에는 국제기구의 대표들이 전혀 없었다. 지금은 120명의 국제기구 산하 농업, 보건전문가들이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도시에서 활동하고 있고 약 20여개의 유엔기구와 국제구호단체 사무소가 북한에 상주해 있다. 북한의 신포에서는 남북한의 노동자들이 함께 북한의 전력난 해소를 위해 일하고 있고 현대의 금강산 프로젝트는 실시된지 채 2년이 안된 현재 20만명 이상의 남한 사람들이 북한지역을 돌아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난6년간 미국정부의 대북한 접촉노력은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미국은 그동안의 대화정책의 성과를 증대시키기 위해 남북한간의 화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제네바협약에 의거, 50년 묵은 대북한 경제제재 조치를 풀어줌으로써 미국의 사업가들이 북한과 자유로이 합작사업을 벌일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

둘째, 미국에 살고있는 수많은 한인 이산가족들이 북한의 가족들과 대화 및 상봉을 할수 있도록 법적,제도적,재정적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셋째, 미국은 북한의 에너지,농업,도로건설,보건등 사회간접시설의 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평화봉사단 성격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정부는 한반도 군축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다룰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을 축으로한 미국의 현 대아시아정책에 ‘화해 코리아’의 전략적 기능을 중심으로 과감한 수정을 서둘러야 한다.

인내는 수십년간 분단돼 있던 국가의 화해를 위한 문이다. 남한에서 한강의 기적이 있었듯이 ‘화해 코리아’의 북한에서 대동강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