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정일 주변 이야기

2000-06-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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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초에 김일성의 부인이며 여성동맹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애의 끗발이 하늘을 찌른 듯 했던 때가 있었다. 김성애는 김일성의 비서 출신으로 본부인이 아니라 후처다. 김정일의 계모이며 김평일의 어머니다. 김일성과 함께 김성애의 우상화 작업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이에 분개한 김정일이 사생결단의 각오로 아버지인 김일성에게 김성애를 성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내용은 “빨치산의 귀감인 김정숙이 우상화되어야지 어떻게 여성동맹위원장인 김성애가 우상화가 될 수 있습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며 또 아버지외에 우상화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것도 체제유지에 도움이 안됩니다”라고 강력히 건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48년 세상을 떠난 김정숙은 김정일의 생모다.

김일성은 아들 김정일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 하여 그후부터 김성애는 공식석상에 잘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계모와 본처 아들의 파워게임에서 김일성이 아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김일성은 이 사건의 후속조치로 73년 노동당 중앙위 비서국회의를 소집하여 유일사상에 도전하는 자는 엄격하게 다스릴 것이라는 내용의 훈시를 했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명실상부한 후계자로 떠오른 것도, 반대로 이복동생인 김평일이 빛을 잃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한국에서는 김정일이 ‘총비서’‘국방위원장’으로 불리지만 북한에서는 ‘지도자 동지’다. ‘수령동지’는 김일성을 의미하며 김정일은 아직까지는‘수령동지’로 불리지 못한다.

김대중 대통령을 북한 사람들은 무엇이라고 부를 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는 ‘괴뢰’‘괴수’로 호칭되었었다. 최근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전하는 말에 의하면 DJ는 ‘남한 집권자’로 불리운다고 한다. ‘괴뢰’타이틀은 면한 셈이다.

김정일의 대를 이을 아들은 김정남으로 올해 31세며 성혜림과의 사이에서 태어났다. 몇 년전 세상을 따들썩하게 만들다가 암살당한 이한영의 이모다. 김정일의 현재 부인은 김영숙이며 이번 김대통령의 평양 방문에서 이희호여사의 카운터파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들 김정남의 파워는 군주국가의 황태자 비슷한 모양이다. 죽은 이한영의 말에 의하면 김정남이 열살 때 군부대를 시찰한 적이 있는데 사단장이 5분 늦게 마중나왔다 하여 조인트를 까였다 하니 그 위세를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정일이 후계자를 누구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아직 표면에 드러나 있지 않다. 그러나 그도 김일성과 마찬가지로 “믿을 사람은 핏줄인 아들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그렇다면 장남 김정남이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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