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아프리카·중동 테러와 내전이 근본 원인

2015-04-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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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비아·시리아·이라크 등 무정부 상태

▶ IS·이슬람 종파분쟁도 유럽행 내몰아

지중해가 유럽으로 탈출하려는 ‘난민들의 무덤’으로 변해버린 1차적인 원인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분쟁에서 찾을 수 있다.

유럽행 난민들의 최대 출발지인 북아프리카의 리비아는 2011년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의 붕괴 이후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군벌 간의 권력다툼으로 극심한 무정부 상태가 연출되고 있다. 게다가 내전의 혼란을 틈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발호 중인 수니파 극렬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IS)가 이곳에 지중해 건너편 유럽을 겨냥한 교두보를 구축하면서 주민들은 전화와 빈궁이라는 두꺼운 이중의 순환고리에 갇혀버렸다.

북아프리카와 연결된 아라비아반도의 상황도 심상치 않다.


위로는 터키, 동쪽으로 이라크와 국경을 마주한 시리아는 반정부군과 정부군, 쿠르디스탄족과 최근 북동부의 광활한 지역을 장악한 IS사이의 치고받는 4파전으로 2011년 이후 이제까지 무려 300만명이 보금자리에서 잃었다.

이슬람 종파분쟁 역시 해당국 주민들의 엑소더스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수니파 이슬람국가들의 맹주를 자처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남쪽으로 경계를 접한 예멘에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인 후티 반군이 정권을 장악하자 아랍 걸프국들을 규합, 예멘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에 나섰다.

최근 미국과 핵 핵협상을 잠정 타결한 시아파 종주국 이란은 한때 앙숙이었던 이라크와 다시 손을 맞잡고 공적인 수니파 무장세력 IS에 맞서는 한편 예멘의 후티 반군에게 무기를 지원하는 등 본격적인 시아파 세력 규합에 나서고 있다.

아랍권 중심지에서 수니파와 사아파의 세력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홍해 건너편 아프리카 동부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와 케냐도 내전과 테러집단의 발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1991년부터 시작된 소말리아 내전으로 최소한 30만명이 사망하고 이제까지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생겨났다.

지난해엔 17만명이 유럽행을 시도하다 무려 3,072명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채 수수방관으로 일관해 왔다. 이제까지 유럽 지중해 연안국들 가운데 난민구조에 노력을 기울인 국가는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이틀 전인 18일 밤 최고 1,00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를 동반한 리비아발 지중해 난민선 전복사건으로 국제 여론이 들끓자 EU 28개 회원국 외무장관과 내무장관들은 20일 룩셈부르크에서 특별 합동회의를 열어 지중해상 난민에 대한 수색 및 구조작전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페데리카 모데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 대표는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유럽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경제난으로 반이민 정서가 갈수록 높아지는 유럽 각국이 난민구조를 위한 획기적 대책을 내놓긴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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