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X세대 알아야 불경기 이긴다

2014-07-07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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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5-1980년생

▶ 베이비부머 부모세대보다 교육수준은 높지만 학자금 부채 등으로 가난, 수입·구매력 가장 높지만 인구 적어 Y세대보다 찬밥 아내가 더 잘 버는 경향

X세대 알아야 불경기 이긴다

나무람을 받지 않고 지나치게 칭찬 위주로만 자라왔던 30~40대 X세대가 요즘 소비시장의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면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상대를 알면 백전백승’비즈니스들의 불경기 퇴치법이다.‘고객을 알면 대박이 보인다’로 바꿀 수 있다고나 할까. 베이비부머 세대가 물러난 미국의 주 소비시장은 ‘X-세대’가 대신 차지하고 있다. ‘X-세대’는 1965~1980년생을 지칭한다. 미국 경제붐을 일으켰던 클린턴 행정부 시절 직업시장에 뛰어들었지만 9.11의 아픔을 겪었고 대공항의 쓴맛을 보고 있는 세대다. 이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면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다.

과거 20년 동안 미국 대공항과 세계 2차 대전 기간에 태어난 소위 ‘침묵의 세대’가 미국의 부채를 털어내는데 앞장섰다면 베이비부머 세대와 X세대는 오히려 빚을 겹겹이 쌓아올린 세대이다. 침묵의 세대의 자산은 부채의 27배나 됐지만 부머 세대 자산은 불과 4배에 불과했고 X세대는 이보다 더 줄어들었다. 25년 전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다는 말이다.


우선 학자금 부채가 부머 세대보다 많아 재정적 안정을 찾는데 더 오랜 시간을 허비한다. 하지만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인플레이션 비율을 감안해 26~40세 연령의 X세대 가족 수입 중간 값은 7만1,000달러로 부모 세대의 6만3,100달러보다 많다. 이는 수입의 잠정능력이 더 높다는 말이다. 부모 세대보다 교육수준이 더 높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자가 43%나 많다.


▲이들의 바잉파워를 무시당할 때가 많다.

이들의 나이는 30~40대다. 수입이나 바잉파워에서 최정점에 이르는 나이다. 하지만 소비시장에서는 이들의 바잉파워가 종종 무시당하거나 평가 절하된다. 대신 Y세대로 알려진 밀레니엄 세대와 베이비부머에게만 집중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분명 잘못된 일이다.

인구 면에서는 분명 X세대가 찬밥신세다. 1981~1996년생의 Y세대 인구는 8,900만명이고 1946~1964년생인 베이비부머는 7,500만명이다. 반면 X세대는 4,900만명에 그친다. 비즈니스로서는 밀레니얼의 소비습관과 베이비부머의 투자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아울러 X세대의 수입이 밀레니얼의 평균보다 많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손해 본 세대다.

X-세대가 경제적으로 가난하게 취급당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세대의 많은 수가 부동산 시장이 붕괴되기 직전에 첫 주택 구입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절인 2000년대 중반 많은 사람들이 주택으로 부를 축척했다.

이들 대부분은 2000년 이전에 집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첫 주택 구입자의 주를 이루던 30~40대들은 아직도 주택시장 붕괴의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 폭락으로 대부분의 에퀴티를 날렸고 심지어는 마이너스 깡통주택을 유지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주택 시장은 2006년 피크타임보다 34%가 하락해 있다.

퓨리서치에 따르면 2007~2010년 X세대의 주택 에퀴티를 포함한 순수 자산가치 중간 값은 절반에 가까운 45%나 떨어졌다. 이에 반해 베이비부머는 주택뿐 아니라 기타 투자자산도 많아 가치하락은 25~28%에 그쳤다.


▲부인이 더 돈을 잘 번다.

X세대 남성과 여성의 직장 내 또는 가정 내 경쟁은 어느 때보다 심하다.

비영리 싱크탱커인 ‘센터 포 탤런트 이노베이션’(CTI)이 3,000명의 대졸 화이트 칼러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2011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X세대의 거의 4분의 1이 부인보다도 수입이 적다. 이는 베이비부머 남성의 14%와 비교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같은 결과는 여성들이 서비스 관련 직업에 더 많이 종사해 불경기를 지나면서도 직장을 잃는 비율이 더 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불경기 중 남성 대 여성의 실직 비율이 2.6 대 1로 나타났다고 노동부가 보고했다.

특히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자녀 수가 적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많은 여성들이 자녀 출산을 미루거나 자녀를 부부와 공동으로 돌보는 경향이 강하다. 화이트 칼러 대졸 여성의 43%는 아직 자녀가 없는 것으로 CTI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는 부머세대의 25%보다 높은 수치다. 또 근무시간도 늘어났고 불경기를 거치면서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장된 데다가 여성 참여의 사회적 분위기 변화도 한몫 하고 있다.


▲은퇴준비가 아직 안됐다.

2013년 메트라이프사의 연구에 따르면 X세대의 절반이 은퇴저축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또 7%는 아예 시작도 안했고 11%는 은퇴 목표가 없다고 답했다.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 이들의 나이는 젊다. 40대 이하여서 따라잡을 시간이 충분하다. 메트라이프는 X세대의 75%가 고용주가 매칭해 주는 401(k)와 같은 각종 은퇴플랜에 노출돼 있어 은퇴 계획을 충실히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아메리칸 드림에 회의적이다.

법률회사 매지드 어소시에이츠가 최근 ‘아메리칸 드림’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질문은 주택소유, 교육기회, 전세대보다 더 낫다 등등이었다.

X세대의 64%만이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고 답했다. 이는 베이비부머의 73%, 밀레니엄세대의 71%보다 낮은 비율이다. 일명 ‘낀 세대’로서 피곤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세대는 특히 계획된 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은 시대에 사는 풍파의 세대다. 80년대 에이즈 바람으로 왕성한 성적활동에도 제약을 받았다. 2001년 경제력 시련기와 2008년 불황의 풍파에 시달려야 했다. 반면 밀레니엄 세대는 부머 세대의 보호를 받으며 꿈과 희망을 가꿔 나갔다.

X세대는 그러나 냉소적인 시각은 덜했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31%는 모든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밝힌 반면 밀레니엄 세대는 고작 19%만이 그렇다고 대답할 정도로 세상에 너그러웠다.


▲자녀들에게 태도의 문제가 있다.

X세대의 비관적 태도는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매지드 어소시에이츠의 최근 설문 결과, X세대 부모와 부머 세대에서 태어난 1996년 이후 자녀들의 상당수가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에 따라 자녀들의 태도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의 성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에 X세대 부모의 자녀들은 34%가 독립성이라고 밝힌데 반해 부머 세대 부모의 자녀는 44%나 그렇다고 답했다. 또 X세대 부모의 자녀들의 19%가 ‘존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부머 세대 자녀는 무려 44%나 ‘존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양 세대 자녀의 69%는 아메리칸 드림을 믿는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일명 ‘헬리콥터’ 세대에서 성장했던 X세대들이 요즘은 최첨단 장비들을 동원해 자녀들이 행방을 감시할 정도로 매우 공격적인 자녀양육을 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중도 성향이 강하다.

X세대는 정치적으로 매우 다양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 컨설팅 전문 ‘라이프코스’의 닐 하위 대표는 “그들은 마치 고삐 풀린 말과도 같다”고 표현했다. 그는 “어떤 지도자라도 지지할 수 있는 성향을 보여 정치적 분석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X세대의 22%가 이민자들인데 반해 밀레이얼 세대는 17%에 그쳤다. 또 어떤 사회적 이슈에 관해서는 정치 성향이 부머 세대와 밀레니얼의 그것과 비슷하게 나뉘어져 있다. 예를 들어 동성애 이슈에 대해서는 55%의 X세대가 지지했다. 하지만 밀레니얼은 68%가 지지했고 부머는 46%만이 지지했다. X세대는 양쪽의 중도 성향을 보였다. 애국심에 관해서도 역시 중간 부분에 위치해 있다. X세대는 64%가 자신들은 애국자로 표현했지만 부머는 75%, 밀레니얼은 49%가 그렇다고 답했다. 투표 성향도 나이에 따라 달랐다. 나이든 X세대들은 공화당 지지성향이 강했고 젊은층은 민주당 쪽으로 기울고 있다.


<김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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