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외로워서, 공짜라서… 자칫 도박덫

2012-07-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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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중취재/카지노행 버스 타는 한인들

외로워서, 공짜라서… 자칫 도박덫

LA 한인타운 올림픽과 웨스턴 교차로 인근 올림픽 선상에‘카지노 버스’들이 줄지어 서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장지훈 기자>k

9일 정오께 LA 한인타운 한남체인 앞. 한 관광사가 운영하는 샌마누엘 카지노행 버스에 60대 한인 여성 김모씨가 올라탔다. 김씨는 1주일에 한 번꼴로 일명‘카지노 버스’에 몸을 싣는다고 했다. 카지노에 드나들기 시작한 이후로 현금을 좀 잃기는 했지만 김씨에겐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김씨는“버스로 데려다 주니 편하고 바람이나 쏘이러 집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10여대 타운서 출발
10~20달러에 부페식 포함
웰페어 날리고 노숙까지

이날 오후 12시30분 올림픽 블러버드와 멘로 코너에서 페창가행 카지노 버스를 탄 60대 한인 남성 서모씨는 카지노행이 일종의 피서라고 말한다. 역시 한 달에 3~4차례 카지노를 찾는다는 서씨는 “여름엔 집은 너무 더운데 카지노에 가면 에어컨 설비가 잘돼 있어 시원해 자주 찾는다”며 “비용도 거의 공짜인데다 카지노 게임도 얼추 돈을 쓰면 털고 일어나기 때문에 여가로는 그만”이라고 말했다.


한인타운에서 속칭 ‘카지노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한인들의 말이다. 이처럼 한인 등 주민들을 태우고 리버사이드 및 샌디에고 카운티 지역 카지노를 오가는 카지노 버스가 여전히 성행하면서 이를 찾는 한인들도 늘고 있다. 이용객들은 주로 50~60대 이상 노인들과 중년 여성들이지만 카지노 도박을 위해 일부러 카지노 버스를 타는 청ㆍ중년층 한인들도 눈에 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인타운에서 모롱고, 페창가, 팔라 등 남가주 인근 카지노를 오가는 카지노 버스는 하루에 10편 정도. 올림픽가 갤러리아 앞과 한남체인 앞, 뉴서울 호텔 근처 등에서 출발하는데 카지노 버스를 운영하는 관광사들은 신규 업체를 포함 7~8곳에 달한다.

또 카지노 측에서 직접 운영하는 버스까지 등장해 페창가 카지노의 경우 남가주 내 지역별 130개의 노선을 직접 관리하면서 한인타운 지역에서 7대를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객들이 많은 주말 등의 경우 출발지에 서너 대의 카지노 버스가 줄지어 서
서 만원을 이루고 출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인타운 출발 버스의 대부분은 한인 승객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50인승 버스를 기준으로 많을 때는 한인타운에서 하루에 1,000여명 가까운 이용객들이 카지노 버스를 이용해 카지노를 찾고 있는 셈이다.

카지노 버스들은 1인당 요금을 3달러 미만으로 책정해 놓고, 10~20달러를 내면 카지노 부페를 포함한 20~25달러의 쿠폰을 발급해 주는 식으로 사실상 공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버스업체들의 경우 수익은 카지노를 향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 판매하는 각종 물품과 카지노 측과의 커미션 계약에서 발생하는데, 손님 1인당 카지노 측이 관광사에 약 10달러의 커미션을 건네기 때문에 버스 탑승료를 받지 않더라도 여행사는 수익을 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부 이용객들의 경우 단순히 무료함을 달래는 여가 차원이 아니라 도박에 빠져 큰돈을 날리고 중독에 빠지는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사례들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70대 한인 김모 할아버지는 무료함을 달래려 친구를 따라 카지노 버스를 이용했다 도박에 빠져 자녀들이 사준 자동차까지 날린 경우다. 페창가로 향하던 50대 한인 이모씨는 “2만5,000달러를 땄다가 모두 날리고 집까지 날린 사람도 봤다”고 전했다. 또 웰페어까지 모두 잃고 노숙생활을 하는 노인들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쩌다 돈이라도 따게 되면 카지노 주변에서 성 매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한 한인은 도박으로 딴 돈으로 성 매수에 나섰던 한 할아버지가 성병에 걸린 경우도 봤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도박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할 경우가 큰 문제를 불러온다고 입을 모은다. 한인타운 연장자센터의 캐서린 문 소장은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나 무료함을 달래는 차원을 넘어 도박 중독에 빠질 경우 가정폭력이나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며 “이같은 문제는 커뮤니티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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