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2026-06-09 (화) 08:09:09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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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이 말의 해석은 온전히 듣는 사람의 몫이다. 그 사람의 안목과 역량에 따른다.

요즘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말들로 눈부시게 발전해 나가는 세상을 보며, 이 표현을 자주 떠올린다. 앞으로는 ‘신의 영역’마저 풀어낼 것처럼 보이는 양자역학이라는 말을 들으면, 진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들린다. 얼마나 읽고, 듣고, 배워야 이해할 수 있을까 기대해 보지만, 알아갈수록 도무지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죽기 전에는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최고의 천재인 아인슈타인조차 기괴하고 모호한 속성을 끝내 인정하거나 해결하지 못했다. 언젠가 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온다 해도, 아인슈타인조차 끝내 납득하지 못했던 세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미시세계를 설명하는 이론. 이해하고 싶으면서도, 결코 이해하고 싶지 않은 묘한 생각이 든다.


반면, 시는 참 아름답다. 맑은 새소리나 청아한 물소리처럼 들리는 시의 언어들은 마음이 맑고 깨끗하며 깊이가 없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시를 쓰는 이들은 어쩐지 삶마저 시를 닮아 가는 것 같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아름다운 글이 태어나는 듯하다.
과연 내가 문학을 정식으로 공부한다고 해도 그런 아름다운 시를 쓸 수 있을까.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흉내 낼 수 없을 거다.

시인이라고 명함이 있는 사람 모두에게 해당되지는 않는다. 시의 세계에도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글들이 있다. 아무런 느낌도, 감흥도, 이해도 되지 않는데 알려졌다는 이유로 인정을 받으며 버젓이 돌아다닌다.

그럼에도 오늘도 이해해 보려 읽고 또 읽다가, 끝내 이해하지 못하고 포기한다. 내가 마음잡고 읽고 있는 성서에 있는 ‘시편'도 같은 마음에서 시작이 됐는데 변화되기를 기대하며 억지로 읽고 있다.

예수님은 2,000년밖에 안 된 분, 나이를 먹어가며 세월이 빨리 지나가다 보니 오래 전 분이 아니다. 그분의 말씀은 비교적 가깝게 느껴진다. 이미 알고 뜻을 따르려 하며 이해가 필요 없는 분이지만 구약은 곰이 마늘을 먹고 인간을 만든 단군신화보다 오래된 얘기다. 거기에 나오는 ‘시편'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며 이해가 안 되는 지금의 시나 그 당시의 시라고 씌어진 것이나 나에게는 어려움은 똑같다.

처음에는 글을 탓했지만, 결국 문제는 나 자신이었다. 노벨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글을 이해 못하는 것도 같다. ‘내가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보고 읽고 느끼는 내 안의 안목과 수준을 더 다듬어야 하는구나'하고 말이다.

요새 우리 글과 말에는 중심을 잡아주는 어른이나 배운 사람의 훈수가 사라졌다. 너나 할 것 없이 말을 이상하게 만들어 쓰고 논다. 요즘 아이들이 쓰는 말과 글은 누가 통역해 주지 않으면 영어보다 더 어렵다.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시대에 뒤처진 한물간 사람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언어의 변화에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 말은 듣기에 다소 거북할지언정, 해마다 세월과 함께 어색하게 급변하지는 않는 듯하다.

나이가 드니 이제는 머리를 쓰고 새로운 글을 창조하기보다, 그저 편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 또한 나이 탓으로 돌리며 살아간다할 수 없다. 그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세월이 이토록 빠른 것인지, 내가 늙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변화하는 모든 것에 발맞추지 못하는 내 처지 자체가 그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

세상의 모든 것을 내 수준으로 판단하려 하니 어렵고 힘들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바라볼 뿐이다.

<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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