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만화경] 이슬람판 나토

2026-04-13 (월) 12:00:00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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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에 이르기까지 전폭적인 지원을 해준 중국과 사우디아라비아·튀르키예·이집트·카타르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이란 전쟁의 ‘중재자’로 급부상한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8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같이 적었다. 중국·카타르를 제외한 3국은 지난달 파키스탄과 두 차례 회동해 중재안을 협의한 나라들이다.

■수도 리야드와 이슬라마바드에서 각각 4자 회담을 주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가 “현대에 최장기간 지속된 동맹 중 하나”로 규정했을 정도로 끈끈한 사이다. 두 나라는 1967년 방위협정 체결 이래 긴밀한 군사 협력을 이어왔다. 1998년 핵실험 이후 국제 제재를 받은 파키스탄이 경제를 지탱한 데는 하루 5만 배럴의 원유를 무상 제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도움이 컸다. 이슬람의 유일한 핵보유국이자 핵심 군사 강국인 파키스탄은 중동 맹주를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에 그만큼 전략적 가치가 크다.

■지난해 9월 두 나라는 한쪽 당사국에 대한 공격을 양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는 전략적상호방위협정(SMDA)을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집단 방위를 연상시키는 내용에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력과 파키스탄의 핵우산이 결합된 ‘이슬람판 나토’ 탄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올 초에는 튀르키예가 SMDA에 가담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튀르키예 참여설은 공식 부인됐지만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튀르키예·이집트까지 아우르는 독자적 안보 블록을 구상한다는 관측은 끊이지 않는다. 여기에는 중동 안보를 책임졌던 미국과의 동맹 균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여전히 막강한 미국의 영향력과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의 입장 등을 고려할 때 ‘이슬람판 나토’의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사우디아라비아·파키스탄·튀르키예·이집트라는 중동의 새 권력 블록을 국제 무대에 올려놓았다. 이들의 뒤에는 중국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전후 중동 질서가 한층 복잡해질 것 같다. 이번 전쟁에서 입증됐듯이 중동 일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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