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 백설희 <봄날은 간다> 중에서 -
반세기 전, 최루탄이 흩날리던 캠퍼스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흘러내리는 눈물을 훔치며 흥얼거리던 노래입니다.
얼마 전에는 뮤지컬 배우 차지연이 한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폭발적인 가창력과 서사로 이 노래를 다시 불러 화제가 됐습니다.
1953년 손시원 작사, 박시춘 작곡, 백설희가 부른 <봄날은 간다>는
한국전쟁이 남긴 이별과 여인의 한(恨)을 봄날에 대비해 노래한
작품입니다.
이 노래만큼 세대를 넘어 애창되는 곡이 있을까,
이토록 애잔하고 먹먹한 정서를 품은 노래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한국인의 깊은 감성을 담고 있습니다.
2005년에는 시인 100명이 뽑은 최고의 애창곡이었다고 하니,
가사와 운율 모두 시적이며 서정성이 뛰어난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봄날은 간다>가 발표된 지 7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세대를 넘어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사랑의 상실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봄’은 사랑의 절정이자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가장 빛나는 순간조차 결국은 지나갑니다.
봄날은 어떤 이에게는 기다림을,
먼저 떠난 이에게는 겸손을 가르쳐 줍니다.
이 노래는 봄날이 간다고 말하면서도
울부짖지도, 원망하지도 않습니다.
애써 붙잡으려 하지도 않습니다.
그저 담담히 보내줍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오늘의 사색
★봄날이 가듯 인생도 조용히 흘러갑니다.
중요한 것은 붙잡는 힘이 아니라 보내는 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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