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트럼프와 이란의 ‘치킨 게임’

2026-03-30 (월) 12:00:00 데이빗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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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가 토머스 셸링은 전쟁과 평화에 관해 협상할 때 “무모하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다든지,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평판을 얻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기술했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강경파 지도자들은 이른바 셸링 상(Schelling Prize)의 협상부문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 그들은 명확히 정의된 목표나 사태를 진정시킬 전략도 없이 오직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데 급급했다. 그들이 보인 무모함은 믿을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지도자들은 벼랑끝에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선 듯 보인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이란의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이 만료되기 불과 몇 시간 전인 월요일 오전, 양측의 치킨 게임은 잠시 중단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지역 내 적대 행위를 완전하고도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문제와 관련해 매우 훌륭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었다”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이어 이란의 발전소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치킨 게임’의 핵심은 자신이 차를 충돌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믿게 민드는 데 있다. 전략가 허먼 칸이 1965년 그의 저서 ‘확전론(On Escalation)’에서 지적했듯이 치킨 게임의 필승전략 중 하나는 운전대를 떼어 창밖으로 던져버리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완전히 통제 불능 상태임을 보여주는 신호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는 이렇게 해서 승리한다 해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자살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인물은 결코 아니다. 그는 스스로 자초한 혼돈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려는 강력한 자기보존 본능을 갖고 있다.

필자에게 이란 전쟁은 벼랑 끝 전술의 한계를 보여준 교훈이었다. 셸링이 자신의 고전적 저서인 ‘갈등의 전략(The Strategy of Conflict)’에서 설명했듯이 “벼랑 끝 전술이란 최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칫 추락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비탈길 위에 올라서서 상대방을 위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행위다.” 트럼프는 벼랑 끝에 다가섰지만 미끄러져 떨어질 만큼 바짝 접근하지는 않았다.

바로 이것이 트럼프식 전쟁 수행 방식의 문제점이다. 허세와 엄포만으로는 결정적인 승리를 거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테헤란이 세계 경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치명적인 압박 수단을 쥐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트럼프는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의 한계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만 위험을 불사하는 성향을 보인다.

비평가들은 이를 TACO로 명명한다. “트럼프는 항상 꽁무니를 뺀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조롱이다. 하지만 대통령이 “감당할만한 손실 이상을 베팅하지 말라”는 비즈니스의 원칙을 체득하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

월요일의 평화 협상 발표가 있기 전부터 외교적 경로가 다시 열리고 있다는 징후들이 속속 포착됐다. 그중 하나는 분쟁을 종식시키고자 트럼프 대통령이 보낸 필사적이라 할 만큼 적극적인 신호였다. 그는 ‘무조건적 항복’을 요구하는 것에서부터 전쟁 종료 선언과 심지어 이란 발전소 파괴 위협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부산한 제스처를 취했다.

또 다른 의미심장한 징후는 트럼프가 카타르와 튀르키예 등 이스라엘이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두 국가의 중재 노력을 은밀히 독려했다는 점이다. 카타르 당국자들은 지난주 이스라엘이 이란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을 공격한데 대한 보복으로 테헤란이 카타르의 라스 라판 가스 시설을 공격하기 전까지 타협 조건을 모색 중이었다. 이어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지난 일요일, 잠재적인 합의 도출을 위해 테헤란, 워싱턴, 브뤼셀 측과 대화 중이라고 발표했다.

세 번째 신호는 이란 본국에서 나왔다.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차관은 일요일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메시지를 올렸다: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되지 않았다. 선박들이 항해를 주저하는 이유는 당신들이 촉발한 선택적 전쟁에 대한 보험사들의 두려움 때문이지 이란 탓이 아니다… 무역의 자유 없이는 항행의 자유 또한 존재할 수 없다. 둘 다 존중하든가, 아니면 둘 다 기대하지 말라.”


이번처럼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거나 감내할 만한 대가로 승리를 거둘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을 때 긴장 완화는 합리적인 선택지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 지도자들이 모색 중인 유형의 합의가 이번 분쟁의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와해될지는 몰라도, 그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악성 정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쟁이 절정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필자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전쟁의 십자포화 속에 갇힌 사람들이다. 한 예로 미국 정부에 전쟁을 감행하지 말라고 경고했던 아랍에미리트(UAE)는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다. UAE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짓기”를 바랐겠지만, 실제로는 그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얻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또한 자신들이 혐오하는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규모 시위를 벌였던 이란 국민들은 지난 1월 테헤란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수만 명이 숨지는 희생을 치렀다. 여기서 알 수 있듯 진정한 피해자는 평범한 이란인들이다. 더 이상 그들을 벼랑 끝에 방치해 두어선 안된다.

<데이빗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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