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스-이란 고위급 간 대면 협상 추진”
▶ 지상전 확전 위기 속 출구 전략 모색
▶트럼프, 여전히 ‘공수부대 카드’로 압박

대 이란‘장엄한 분노’ 작전에 나선 니미츠급 항모 에이브러햄 링컨함에서 F/A-18F 호넷 전투기들이 출격 대기를 하고 있다. [로이터]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오일 쇼크’를 일으켜 세계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주는 가운데 미국과 이란이 이번주 종전 문제를 논의하는 첫 대면 협상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압도적 화력 공세에도 이란은 드론,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세계 경제를 인질로 잡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물러나기를 압박 중이다.
공습만으로는 이란을 꺾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은 트럼프 대통령은 해병대와 공수부대 등 지상 병력 동원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미국, 이란 간 이번 협상이 극적 타협일지, 아니면 확전일지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23일 파키스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르면 이번주 JD 밴스 부통령, 스티브 윗코프 특사,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가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이란 당국자들과 만나 종전 협상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성사된다면 지난달 2월28일 개전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첫 대면 협상이 된다.
협상은 이란의 우호국인 파키스탄의 적극적 중재와 주선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정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과 이란 간 직접 대화 모색 움직임은 양측이 상호 민간 발전소와 에너지 시설 타격을 위협하면서 전쟁 피해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으로 커질 수 있다는 국제사회 우려가 극도에 달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에 ‘48시간’ 시한을 제시하며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가 23일 돌연 전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생산적 대화를 나눴다면서 앞서 예고한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언론과 만나 윗코프 특사 등 미 대표단이 이란 최고위 인사와 협상을 진행했다고 공개하면서 이번주 이란과 대화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악시오스는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대화 상대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여론을 살핀 듯 갈리바프 의장 본인이 나서 이런 보도를 부인했고, 이란 당국도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강경론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이란도 최소한 미국과 간접적 소통이 이뤄진 사실은 인정했다. 이란 외무부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우방국들을 통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으며 이란의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응답했다고 밝혔다.
전쟁 주요 당사국인 이스라엘의 반응도 미국과 이란이 대화 모색 국면에 접어든 것이 사실임을 시사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3일 영상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면서 미·이스라엘 연합군이 거둔 군사적 성과를 이스라엘 이익 보호를 위한 협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직접 대화가 자국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바란다는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초기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고 ‘정권 교체’까지 공공연히 거론했다는 점에서 현 단계서 종전 협상을 추진하는 것은 당시 목표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세 전환은 전쟁 장기화로 인한 경제 충격이 정치적 손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하고, 금융·자본 시장이 출렁이는 등 세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내에서도 유가 등 물가 급등으로 올해 중간 선거를 앞두고 미국 유권자들의 불만이 임계치를 넘고 있다. 인플레이션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활성화는커녕 금리가 도리어 상승하면서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개발 저지, 탄도미사일 등 외부 위협 군사력 제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이란 지도부 대거 제거 등 성과를 내세워 ‘셀프 승리 선언’을 해 전쟁을 멈출 명분을 만들고,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를 사실상 승인하는 출구 전략 모색에 나서려는 조짐도 보인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이란과의 대화와 관련해 핵무기 포기, 우라늄 농축 전면 중단 및 핵물질 외부 반출, 탄도미사일 감축, 호르무즈 공동 관리 등 ‘15개 항’을 언급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문제와 관련해 “나와 아야톨라(이란 최고 지도자)가 공동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모즈타바가 이끄는 이란의 새 ‘신정 지도부’를 승인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