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유럽, 트럼프 호르무즈 파병 압박에 난색… “우리 전쟁 아냐”

2026-03-16 (월) 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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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 외교수장 “현행 홍해 상선 보호 작전, 호르무즈로 확대 의향 없어”

▶ 영국, 즉답 피하며 “확전 휘말리지 않을 것”…독일 “전쟁 시작 협의도 안해놓고”
▶ 프랑스 “전쟁 최고조 지난 다음에”…다른 유럽 국가들도 거리두기

유럽, 트럼프 호르무즈 파병 압박에 난색… “우리 전쟁 아냐”

오만에 발 묶여 있는 유조선[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참여를 요구받고 있는 유럽이 일제히 난색을 표했다.

유럽연합(EU)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호위에 국제사회가 동참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6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외무장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홍해에 국한된 EU 해군의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의향이 없다고 못박았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이날 회원국 외무장관들의 논의에서 홍해에서의 해군 임무를 강화하고자 하는 "분명한 소망"(clear wish)이 드러났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아스피데스 작전 권한을 변경하려는 의지는 없다"고 말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앞서 이날 회의 시작에 앞서서는 기존 아스피데스(Aspides·방패) 작전 지역을 홍해에서 호르무즈 해협까지 확대할 수 있는지 논의하겠다고 말해 EU 차원에서 호르무즈 군사작전을 검토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U 회원국들은 2024년 2월부터 아스피데스라는 그리스식 이름으로 홍해에 해군을 보내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공격에서 상선들을 보호하고 있다.

칼라스 고위대표는 그러나 회의 후 "누구도 이 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길 원치 않는다"고 말해 EU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는 칼라스 대표가 이날 회견에서 "이것은 유럽의 전쟁이 아니다"라고도 말했다고 전했다.

개별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응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독일은 가장 먼저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에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은 전날 ARD방송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군사작전과 관련해 "즉각적인 필요성이 없다. 무엇보다 독일이 참여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이날 "전쟁이 계속되는 한 우리는 군사적 수단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데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 전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시작하기 전에 다른 나라들과 협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나토 당국자는 AFP통신에 "회원국들은 이미 지중해 지역에 추가 안보 제공을 강화했다"며 "우리는 개별 동맹국들이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안보 측면에서 뭘 더할 수 있을지 미국 등과 논의 중인 건 인지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란 전쟁 발발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맹방 미국을 돕지 않고 있다고 비판받아온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군함 파견 요청에 대한 확답을 내놓지 않고 신중 모드를 유지했다. 영국 주요 매체들은 이를 사실상의 거부로 해석하고 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집단 계획'을 세우려 유럽 파트너를 비롯해 모든 동맹국과 협력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나토 임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에 부정적인 건 나토 미래에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나토와는 관련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스타머 총리는 "영국은 더 확대된 전쟁으로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BBC 방송은 동맹국들이 이같이 경계하는 태도가 트럼프발 이란 위기를 해결하는 빠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유럽 동맹국 중에선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중동에 빠르게 항공모함과 군함을 보냈고 지난주엔 호르무즈에 대해서도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동맹국들의 협력을 주장하는 등 개입에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그러나 당시 마크롱 대통령조차도 호위 임무는 "분쟁의 가장 뜨거운 단계가 종료된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점진적 재개방이 될 것이라고 말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카트린 보트랭 국방장관도 호르무즈 해협으로 함선을 보낼 즉각적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AFP 통신은 폴란드와 스페인, 그리스, 스웨덴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과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어떤 군사 개입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전쟁은 원하지 않는데 대미 협력 여부는 열려 있다는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덴마크 언론에 "우리는 이 전쟁을 원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긴장 완화를 요구했다"며 "심각한 상황이므로 우리는 열린 생각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기여할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롭 예턴 네덜란드 총리는 ANP 통신에 "그곳(호르무즈)에서 단기로 성공적인 임무를 해내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와 에스토니아는 나토 국가들이 미국의 도움 요청을 고려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가능한 군사 임무의 다양한 측면과 관련한 명확성이 더 많이 필요하다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BBC는 "미국의 동맹국들은 지금 충격받은 채로 '이란 개입'이라고 적힌 문 앞에서 서성이며 서로를 불안하게 바라보고만 있지만, 무대응은 진짜 옵션이 아님을 알고 있다"며 선택의 순간은 이미 닥쳤다고 지적했다.

스타머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영국군을 위험 지역에 파병하려면 '아주 최소한 합법적 근거가 있고 제대로 숙고된 계획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BBC는 이 언급을 가리키며 "현재로선 그런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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