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주 461개 개발 프로젝트
▶ “보조금 절벽, 올스톱 위기”
▶ 각종 부대비용에 건설비↑
▶ 41억달러 추가 자금 필요

캘리포니아에서 ‘삽만 뜨면 되는’ 저렴한 주택 수만가구가 정부 보조금 부족으로 인해 공사도 시작하지 못한 채 멈춰 서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택단지 신축 전경. [로이터]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약 4만가구의 저렴한 임대주택 건설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 정부와 지방정부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대대적인 공급 확대를 천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부 보조금 부족으로 착공 직전 단계에서 사업이 멈춰 있는 ‘공급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9일 비영리단체 엔터프라이즈 커뮤니티 파트너스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약 3만9,880가구 규모의 저렴한 주택 프로젝트가 착공 직전 상태에서 자금 부족으로 대기 중이다. 이는 총 461개 개발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이들 프로젝트는 설계와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쳤고 일부 자금도 확보한 상태지만 마지막 재원 확보에 실패해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모데스토 동부 모리스 애비뉴에 추진 중인 ‘모리스 빌리지’ 프로젝트다. 이 사업은 총 44가구 규모의 저렴한 임대주택으로 절반은 노숙자를 위한 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고 지역 정치인들의 지지도 확보했으며 완공 후에는 정신 건강 상담과 직업 훈련, 주민 프로그램도 제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자금이다. 지방정부 보조금과 기업 기부, 민간 대출, 재단이 기부한 토지까지 확보했지만 착공에 필요한 총 자금에는 아직 미치지 못한다. 이 프로젝트는 6년 동안 13차례나 자금 지원을 신청했지만 여전히 착공을 기다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캘리포니아 주택 정책의 구조적 모순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2030년까지 250만가구의 신규 주택 건설을 목표로 설정했고 이 가운데 100만가구는 중위소득 80% 이하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하지만 저소득층 주택은 민간 시장에서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대부분 비영리 개발업체가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건설한다. 문제는 현재 이 보조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현재 대기 중인 프로젝트를 모두 착공하기 위해서는 약 41억달러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자금은 주정부 보조금, 저금리 대출, 세금 감면 등의 형태로 공급돼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저렴한 주택 건설이 막힌 적은 이전에도 있었지만 병목이 발생하는 지점은 바뀌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가장 큰 장애물은 지역 주민 반대와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였다. 하지만 최근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저소득층 주택 프로젝트에 대해 지방 규제를 완화하면서 더 많은 개발이 승인 단계를 통과하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 단계다. 프로젝트들은 이제 인허가를 통과하지만 건설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멈춰 서고 있다. 특히 여러 공공 자금 프로그램을 동시에 활용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사업 지연도 심각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자금 출처가 하나 늘어날 때마다 착공이 평균 4개월 늦어지고 가구당 약 2만달러의 비용이 추가된다.
건설 비용 자체도 높은 편이다. 캘리포니아의 저렴한 주택 건설 비용은 텍사스나 콜로라도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높은 토지 가격과 인건비, 규제 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현재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올해 약 18억달러 규모의 주택 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있지만 추가 신규 예산은 편성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주의회는 2026년 중간선거에서 100억달러 규모의 주택 채권 발행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주택 전문가는 “캘리포니아 주택 위기의 핵심은 이제 허가가 아니라 자금”이라며 “정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는다면 공급 확대 목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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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