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경] 테슬라의 한국 인재 ‘러브콜’
2026-02-20 (금) 12:00:00
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제목의 자서전을 냈다. 이 회장은 “미국이 소프트웨어·하드웨어를 다 점령하고 엄청난 돈을 버는 원동력은 세계의 두뇌들을 끌어들이는 용광로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도 ‘두뇌 천국’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2002년 6월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는 “S급 인재 10명이 회사 1개보다 낫다” “업무 절반 이상을 S급 인재를 뽑는 데 할애하라” 등 핵심 인재 확보를 독려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인재 유출로 시름이 깊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공지능(AI) 인덱스’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AI인재 이동지수는 -0.36(10만 명당 0.36명 순유출)으로 2023년(-0.30)보다 유출 폭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인재 유치 매력도 역시 2020년대 들어서도 세계 30~40위권에 머물러 있다. 4년 뒤인 2030년부터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가 동시에 감소할 것이라는 고용정보원의 분석은 인재 확보가 더 힘들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반면 주요 경쟁국은 인재 유치에 사활을 건다. ‘천인계획’ ‘만인계획’을 앞세워 인재 블랙홀을 표방한 중국은 장기 연봉과 거액의 정착금, 연구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일본은 2019년까지 AI 인재 순유출국이라는 오명을 썼지만 특별고도인재제도(J-Skip) 등 정책 지원에 힘입어 순유입국으로 돌아섰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6일 한국 반도체 인재를 콕 집어 ‘러브콜’을 보냈다. 그는 X(옛 트위터) 계정에 태극기 이모티콘을 여러 개 올린 뒤 “만약 당신이 한국에 거주하고 반도체 설계와 제조·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면 테슬라에 합류하라”고 썼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구애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산업의 물줄기를 바꿀 AI 시대 도래로 인재 대항전이 불붙는 모양새다. 당정은 인재 유치 방안을 논의할 때 이 회장의 ‘인재론’을 다시 꺼내보는 것은 어떨까.
<서정명 /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