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수요 에세이] 해볼걸…

2026-02-18 (수) 12:00:00 임지영 (주)즐거운 예감 한점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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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한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라고 한다. 생의 결말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잘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는 교육이라는 제도 안에서 장래 희망을 모범 답안처럼 바꿔왔다. 대통령, 선생님, 의사, 지금은 너도 나도 크리에이터겠지만. 사실 희망은 단답형 명사여선 안된다. 아주 일상적이고 몹시 구체적이며 구구절절 동사적 상황 묘사여야한다.

일테면, 친구와 제주도 올레길 걷다가 두번만 싸우고 화해하고 인생 절친되어 돌아오기. 좋아하는 일을 찾을 때까지 매일 책읽고 15줄 기록하기. 비오는 날은 무조건 창밖을 15분간 바라보며 옛사랑 떠올리기 등등.


다 늙어 무슨 재미에 사냐 묻거든, 왜 사냐건 웃지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조금 더 잘 알게 되어 나중에 후회할 일을 줄여가고 있달까. 비록 해봤다 실패하고 도전했다 깨져도, 안해보고 땅을 치며 후회하는 것보단 오만배 낫다. 죽기 전에 그냥 해볼걸! 왜 우물쭈물하다 이리 됐을까 손톱 깨물며 후회하긴 싫다.

산에 올라도 꼭 정상까지 안가면 어때. 오른만큼의 높이, 높이가 주는 풍경, 그만큼의 경험이 내 것이 되는데. 경험은 가장 큰 자산이다. 위법 범법만 아니라면 모든 경험은 허투루가 없다. 생의 어느 주기에 그 경험점들이 연결되어 선과 면과 입체를 만들어내는 건 기적이 아니라 필연이다.

그래서 경험주의자를 지향한다. 아는 놈이 해본 놈 못이긴다고 부르짖는다. 이런 기획 저런 기획을 해보고 실제 구현해본다. 물론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결과보다 과정이 뜻깊고 즐거우므로 어쩌면 실패란 없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은 옆구리 콕콕 찌르기, 일명 프로 뽐뿌러, 동기 부여다. 혼자서는 재미 없다. 함께 치는 사고가 최고로 재밌다. 좋아하는 사람은 함께 사고치고 싶은 사람이다. 이미 매력 충분하고 성실한데 점화가 필요한 사람, 경직된 마음에 다정한 봄바람을 기다리는 사람. 세월탓 세상탓하지 않고 마음의 생동을 좋아하는 사람.

지금까지 살아본 나이 중에 지금이 제일 좋다. 하지 않은 것보다 한 것이 많아지는 삶을 계속하고 싶다. 우리 같이 놀아요!

<임지영 (주)즐거운 예감 한점 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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