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휘청거리는 ‘은퇴 의자’, 소득원을 재설계할 때다

2026-02-13 (금) 12:00:00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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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청거리는 ‘은퇴 의자’, 소득원을 재설계할 때다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오랫동안 은퇴 설계는 ‘세 개의 다리’를 가진 의자에 비유돼 왔다.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 기업연금(Pension), 그리고 개인 저축. 이 세 가지가 균형을 이루면 안정적인 은퇴생활이 가능하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현실은 달라졌다.대기업과 공무원들이 평생 보장되는 소득원으로 활용해 온 전통적인 Pension제도는 지난 수십년간 점차 축소되어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데이터에 따르면 노동시장에서 Pension에 가입되어 있는 근로자의 비율이 크게 감소하는 반면, 근로자 본인이 직접 납입하며 관리하는401(k)의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자산을 쌓는 것은 스스로 했지만, 평생 소득으로 전환하는 방법은 준비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은퇴 후 가장 큰 위험은 시장 변동성만이 아니다. 바로 ‘장수 위험(longevity risk)’이다.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 경우 자산이 먼저 고갈될 수 있다는 불안이다. 이 불안은 결국 소비를 위축시키고,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삶을 지나치게 절제하게 만든다. 은퇴 이후에도 돈을 ‘모으듯이’ 쓰는 삶은 결코 편안한 은퇴라 할 수 없다.


최근 TIAA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단순히 자산을 축적하는것만으로는 은퇴 이후 장수 리스크를 충분히 관리할 수 없으며, 투자 포트폴리오에 ‘보장된 평생소득(Income annuity)’ 연금을 포함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Wharton 대학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연금과 같은 평생소득 구조가 은퇴의 복지를 높이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전통적인 60/40(주식/채권) 구조를 50/30/20(주식/채권/보장소득)으로 재구성하는 것만으로도 필수 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는 단순한 상품 제안이 아니라, ‘소득을 자산의 한 종류로 본다’는 관점의 전환이다.

보장된 소득이 일정 부분 확보되면 나머지 투자 자산은 훨씬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다. 연금 수령을 통해 기본 생활비는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나머지 자산은 성장과 상속 목표를 위해 활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수입원의 다양성은 단순한 분산투자를 넘어 삶의 질을 지키는 전략이 된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요소가 있다. 바로 연금 수령 시점이다. 사회보장연금을 조기 수령하면 평생 지급액이 줄어들어 ‘은퇴 소득원의 한 다리’가 약해진다. 반면 70세까지 연기하면 물가연동이 적용된 더 큰 소득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략 중 하나가 개인 연금 계좌나 유연한 인출 전략을 활용한 ‘소셜연금 브리지(bridge)’다. 일시적으로 개인 자산을 활용해 공백을 메우고, 이후 더 높은 평생 소득을 확보하는 구조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는 전통적 기업연금 없이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401(k) 세대’다. 앞으로 은퇴 소득 문제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은퇴 준비는 단순히 자산을 얼마나 모았는가가 아니라, 그 자산을 어떻게 평생 소득으로 구조화했는가가 핵심이 된다.

편안하고 안락한 은퇴는 ‘높은 수익률’에서 나오지 않는다. 안정적으로 흐르는 소득에서 나온다. 사회보장연금, 개인 저축, 그리고 연금 계좌를 통한 보장소득. 이 세 축이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은퇴 의자는 휘청거리지 않고 단단해진다. 은퇴의 성공은 자산의 크기만음로 결정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자산이 시장 상황과 수명에 흔들리지 않고 평생 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이다. 이제는 자산을 쌓는 데서 멈추지 말고, 평생 흐를 수 있도록 구조를 완성해야 할 때다.

문의 (818)744-8088

seongcho@allmerits.com

<조성연 공인재무설계사 아메리츠 파이낸셜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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