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SBA 사기 대대적 수사 ‘비상’

2026-02-09 (월) 12:00:00 노세희 기자
크게 작게

▶ PPP·펜데믹 피해 관련
▶ 가주 11만건·$90억 환수

▶ “고의성 없어도 조사대상”
▶ 한인 업주들 전전긍긍

연방 중소기업청(SBA)이 캘리포니아주에서 팬데믹 기간 집행된 SBA 대출 가운데 11만 건이 넘는 사기 의혹을 적발하고, 최대 90억 달러 환수에 나서면서 한인 소상공인 업계에 불안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생존을 위해 정부 보증 대출을 신청했던 한인 업주들 사이에서는 “정상적으로 대출을 받았어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SBA는 급여보호프로그램(PPP)과 경제재난피해대출(EIDL)을 중심으로 허위 직원 수 신고, 매출 과장, 유령회사 설립, 중복 대출 등의 사기 유형을 집중 수사 중이다. 켈리 로플러 SBA 청장은 “캘리포니아에서 확인된 사기 규모는 충격적”이라며 “연방 법집행기관과 협력해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하고, 납세자들의 돈을 반드시 회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팬데믹 당시 신속 집행을 이유로 심사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회계·세무 지식이 부족한 한인 업주들이 에이전트나 브로커의 권유에 따라 서류를 맡겼다가 의도치 않게 규정 위반 상태에 놓인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자바시장의 한 한인 업주는 “브로커가 시키는 대로 서류를 냈을 뿐인데, 지금 와서 사기 수사를 한다고 하니 혹시 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이미 대출금을 모두 사업 운영과 직원 급여로 사용했는데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인 금융권과 회계사들에 따르면, 당시 일부 브로커들은 실제 직원 수보다 부풀려 신청하거나, 세금 신고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 수치를 기재하도록 유도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경우 업주가 고의가 없었더라도 사후 조사 과정에서 설명 책임을 져야 할 가능성이 크다.

SBA는 이번 조치로 사기 의혹 차입자들을 ‘정지(suspension)’ 상태로 분류하고, 신규 SBA 대출과 재난대출, 연방정부 계약 프로그램 참여를 전면 제한했다. 이에 따라 향후 자금 조달 계획이 있는 한인 사업체들이 예기치 않게 금융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인 은행들도 긴장하고 있다. SBA 대출 비중이 높은 한인 은행들은 최근 내부적으로 과거 PPP·EIDL 대출 자료를 재점검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고객들에게 관련 서류 보관 여부와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한인 은행 관계자는 “사기 여부와 무관하게 대규모 정밀 검증 국면으로 접어든 것은 분명하다”며 “정상 차입자라도 소명 자료가 부족하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는 3월부터 시행되는 비시민권자 SBA 대출 전면 배제 정책까지 겹치면서, 한인 사회의 체감 충격은 더욱 크다. 영주권자와 이민 1세 업주 상당수가 정부 보증 대출에서 배제될 경우, 이미 SBA 수사로 위축된 분위기에 ‘자금줄 차단’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뱅크오브호프를 비롯한 미 전국 15개 한인 은행은 2025회계연도에 7(a) 대출만 18억 달러 이상을 취급했으며, 신청자의 20~30%가 비시민권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사의 초점은 조직적·고의적 사기지만, 조사 범위가 워낙 넓어 선의의 업주들이 심리적·행정적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사기 적발과 강도 높은 환수 조치, 여기에 비시민권자 대출 제한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SBA 대출을 이용했거나 이용 예정인 한인 소상공인들은 어느 때보다 불확실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

<노세희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