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화재보험 또 급등… 이번엔 주정부 ‘페어플랜’

2026-02-09 (월) 12:00:00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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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상 지급·손실 급증에 보험료 36% 인상 나서

▶ 4월 인상 보험료 적용
▶ 최대 300% 급등도 가능

주택화재보험 또 급등… 이번엔 주정부 ‘페어플랜’

LA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산불로 페어플랜이 재정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 폭탄을 맞을 위기에 놓였다. 알타데나의 전소된 주택 모습. [로이터]

캘리포니아 주택 보험 시장의 ‘최후의 보루’인 페어플랜(FAIR Plan)이 지난해 발생한 LA 대형 산불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 직전의 재정 위기에 몰렸다.

40억달러에 달하는 사상 초유의 산불 손실과 가입자 폭증으로 페어플랜의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가주 주민들이 전례 없는 ‘보험료 폭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1월 발생한 팰리세이즈 화재와 이튼 산불은 캘리포니아 보험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페어플랜 측 자료에 따르면 이 두 건의 산불로 인해 발생한 추정 손실액만 약 4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부유층이 밀집한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은 주택 5채 중 1채(약 22%)가 페어플랜에 가입되어 있어 손실 규모를 키웠다.


이로 인해 페어플랜은 최근 민간 보험사들에 총 10억달러의 분담금을 청구했다. 문제는 이 분담금의 절반가량이 결국 일반 가입자들의 보험료에 추가 과징금 형태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재정적 한계에 부딪힌 페어플랜은 결국 대규모 보험료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페어플랜은 지난해 가을 주 보험국에 평균 35.8%의 보험료 인상안을 제출했다. 이는 최근 7년 내 최대 폭이다. 인상안이 승인될 경우, 오는 4월부터 갱신되는 정책에 즉각 반영된다.

일부 고위험 지역 주민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고객의 절반가량이 40%에서 55% 사이의 인상을 경험하게 되며, 특정 가입자의 경우 인상 폭이 300%를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페어플랜 가입자들의 연평균 보험료는 약 3,200달러로, 일반 시장 평균 보험료인 1,429달러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번 인상까지 더해지면 주택 소유주들의 가계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페어플랜의 근본적인 위기는 ‘규모의 비대화’에 있다. 2022년 말 이후 페어플랜의 위험 노출액은 무려 230% 급증하여 2025년 말 기준 7,240억달러를 돌파했다. 가입 건수 역시 66만8,000건을 넘어서며 전체 캘리포니아 주택 보험 시장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빅토리아 로치 페어플랜 의장은 입법 청문회에서 “특정 지역에서는 페어플랜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고 증언했다. 위험이 분산되지 않고 특정 지역에 쏠려 있는 상태에서 대형 산불이 재발할 경우, 페어플랜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발의된 ‘어셈블리 법안(AB) 1680’은 갈등의 골을 깊게 하고 있다. 리카르도 라라 주 보험국장이 지지하는 이 법안은 현재 화재에 국한된 페어플랜 보장 범위를 수해, 개인 책임 보험 등 일반 주택 보험(HO3) 수준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미국재산상해보험협회(APCIA) 등 업계 단체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니콜 간리 부회장은 “충분한 재정적 기반 없이 보장만 늘리는 것은 주 전체의 ‘루즈-루즈(lose-lose)’ 게임”이라며 “결국 미래의 적자를 메우기 위해 모든 캘리포니아 주민이 비용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주택 시장 전문가는 “살인적인 보험료 인상은 주택 소유주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잠재적 구매자들의 심리를 위축시켜 부동산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순한 요율 인상이나 보장 확대보다는 민간 보험사들이 다시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완화와 위험 관리 중심의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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