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6-01-27 (화) 07:42:37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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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g Things for Big Rooms-Hirshhorn Museum-

▶ 설치미술의 다양성과 확장

●도정숙의 문화살롱

Sam Gilliam Light Depth 1969

1960년대 후반 이후 몰입형 대형 미술 작품의 발전을 조명하는 전시가 시작됐다. 허쉬혼 미술관 소장품 총 10점이다. 그 중 5점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이 전시는 설치 작품을 통해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의 경계와 관람객의 역할을 확장하는지 오감으로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멜리사 치우 허쉬혼 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1960년대의 심오한 창의성을 오늘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재정립하는 현대 예술가들과 연결한다. 50주년 기념 시즌의 시작을 알렸던 <혁명: 허쉬혼 소장품 1860~1960> 전시의 연장선상에서 기획했다. 따라서 중요한 미술사적 발전을 보여주는 동시에 허쉬혼 소장품에서 설치 미술의 중요성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전시는 두 부분으로 구성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빛과 공간 운동을 정의한 로버트 어윈과 대지 예술가 리처드 롱과 같은 선구적인 작가들의 광범위한 설치 작품인 “환경”의 발전을 소개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폴 찬, 올라푸르 엘리아손, 미카 로텐베르크와 같은 현대 작가들이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이러한 기본 개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예술비평가 앨런 카프로가 1958년에 제시한 획기적인 개념인 환경에 뿌리를 둔 이 전시는 샘 길리엄의 <빛의 깊이 Light Depth>로 시작된다. 카프로는 환경이란 관람객이 작품과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하거나 심지어 완성해야 하는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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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Long Carrara Line 1985



길리엄은 역동적이고 색채가 풍부한 캔버스 즉 드레이프(Drapes)를 실험적으로 사용했는데, 캔버스를 틀에서 분리하여 전시될 때마다 형태가 변하도록 했다. 길이 75피트에 달하는 이 거대한 액자 없는 그림은 오랫동안 길리엄의 가장 중요한 작품으로 미술관 첫 번째 전시실 벽면을 가득 채우며 회화, 조각, 설치 미술의 경계를 허물었다.

댄 플래빈의 를 비롯한 다른 선구적인 작품들을 살핀다. 이 작품은 형광등 조명을 사용하여 빛을 통해 공간을 정의하고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리지아 파페의 는 반짝이는 금속 실로 이루어진 기하학적 작품으로 전시장 안에서 관람객의 움직임을 예측하게 한다.

전시가 진행됨에 따라 스펜서 핀치와 올라퍼 엘리아손을 비롯한 21세기 현대 작가들에게 초점이 맞춰진다. 주요 작품으로는 미카 로텐버그의 가 있는데, 이는 상영관으로 기능하는 갤러리 전체를 채우는 컨테이너다. 또한 라시드 존슨의 최근 현장 맞춤형 설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이 작품은 살아있는 식물, 책, 도자기, 시어버터 등 개인적이고 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오브제들을 미니멀한 조각틀 안에 배치 구성했다.
전시는 폴 챈의 <3rd Light>로 마무리된다. 이 작품은 초월, 창조, 순환의 시간이라는 주제를 탐구하는 디지털 프로젝션의 매혹적인 안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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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Irwin Untitled 1969(왼쪽), Spencer Finch Cloud 2006.



이 전시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관객 경험 중심의 설치 미술이라는 점이다.
초기 설치가 단순히 큰 규모로 시선을 압도했다면, 이 전시는 공간 그 자체가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구성되었다. 관객이 움직일수록 작품이 변화하고 관객의 위치에 따라 시각적 경험이 달라진다. 이는 설치미술이 일방적 감상에서 상호작용적 예술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즉 감각과 인식, 역사와 문화의 교차점에서 설치미술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이 전시는 허쉬혼 미술관의 에블린 C. 행킨스가 큐레이팅 했고 2027년 7월 4일까지 열린다.

<도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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